예보 지분 29.7% 과점주주 7개사에 매각 결정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증권사들이 우리은행 과점주주로 등극했다. 증권사가 경영하는 은행이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3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했던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29.7%를 한국투자증권(4%), 키움증권(4%), 미래에셋자산운용(3.7%), 유진투자증권(4%), 한화생명(4%), 동양생명(4%), IMM PE(6%) 등 7개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존이 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민간금융회사의 실질 보유지분은 30% 수준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금융투자회사의 지분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보수적인 은행의 경영에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금융투자회사의 입김이 녹아들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관리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역할만을 하고, 과점주주 중심의 자율적 경영 체제가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이사회 구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과점주주 중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회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유진투자증권 등 자산운용사를 제외한 5개다. 이 중 한화생명, 동양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3개사의 지분은 14%수준이다. 업권별로 보면 금융투자회사가 14%로 생보사(8%)보다 높다. 내달 30일 이사회가 열리면 현재 9명인 이사회 맴버는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5명을 포함해 14명으로 늘게 된다.
다만 정부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나머지 우리은행 지분에 대한 매각 계획을 내놓지 않은데다 추천 사외이사 임기와 관련한 불확실성 탓에 증권사들이 제대로 된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변경된 우리은행 주주구성은 이번에 선정된 민간금융회사 7곳을 포함해 예금보험공사(21.3%) 국민연금공단(5.01%)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4.10%) 등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정부소유 은행으로 불가피하게 벌어졌던 경영비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편"이라면서도 "추천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 후 연임이 보장이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 보험사와 PE추천 사외이사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은행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에 열을 올릴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현지법인을 비롯해 국내 영업소의 수가 100여개 남짓에 불과하다. 키움증권 역시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해온 터라 영업망이 절실한 상황. 우리은행이 국내에만 930여개의 점포와 출장소를 운영하고 있고 해외법인도 25개에 달해 이들 증권사에게는 시장점유율을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다.
더욱이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로 중장기적으로 은행중심의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할 전망이어서 상승효과도 기대된다. 키움증권은 삼신저축은행과 우리자산운용을 잇달아 인수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은행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영업망은 증권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우리은행 영업망을 이용해 금융투자상품 판매는 물론 자산관리시장에 뛰어든다면 시장점유율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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