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색깔 ②정부 영향력서 얼마나 벗어날까 ③과점주주간 이해관계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우리은행이 정부 보유중인 지분 29.7%를 매각함으로써 민영화에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의 지분구성은 과점주주 7곳의 지분 총 29.7%와 예금보험공사 21.4%, 국민연금공단 5.01%, 우리사주조합 4.1% 등으로 구성됐다. 과점 주주 가운데 IMM프라이빗에쿼티가 6.0%를 갖게 됐으며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기 보유분 0.3% 포함)이 각각 4% 씩의 지분을 갖게 됐다.
민영화 이후의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민영 우리은행의 지배구조다. 향후 우리은행의 운영 방안과 행장 선임 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기존 이사들과 함께 어떤 색깔을 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과점주주 중 보험사 2곳(동양생명, 한화생명), 증권사 2곳(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IMM 프라이빗에쿼티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받기로 했다. 유진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과점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차기 이사회는 기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 비상무이사(예보 추천) 1명 등 9명에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을 포함해 모두 14명으로 구성된다. 차기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꾸리기로 했다. 차기 행장은 이르면 내년 1월께 선임될 전망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광구 현 행장이 연임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우리은행이 정부의 영향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번에 지분 일부를 팔았지만 여전히 21.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이 지분을 좋은 가격에 매각해야 '공적자금 회수'와 '주인 찾아주기'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상황에선 좋은 가격에 인수할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 남은 21.4%의 지분은 '양날의 칼'인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예보가 절대 경영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 자율 경영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판단할 수 있다.
과점주주간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우리은행이 경쟁은행의 연결고리가 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54%)는 우리은행 지분 참여로 우리은행과 카카오뱅크간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한화생명의 지분을 합치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다. 우리은행과 또 다른 과점주주인 한화생명은 케이뱅크의 지분을 각각 10% 가지고 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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