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강화시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등 ICT 수출 타격 불가피"
한국경제연구원, 한미FTA 재협상시 2021년까지 30억 달러 수출 손실 전망
실리콘밸리도 집단 '멘붕'…AI·자율주행차 등 美 IT 투자 위축도 불가피
트럼프가 반대한 AT&T-타임워너간 인수합병도 빨간불
오바마 행정부 망중립성 정책도 급제동…韓 통신 정책 기조에도 영향줄 듯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이지은 기자]'강한 미국'과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중국과의 무역 마찰 등이 국내 IT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내 IT 산업에 대한 투자 위축이 국내에 미칠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정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0일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반덤핑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등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자유무역이 미국내 일자리 감소와 미국내 제조업의 해외 유출을 초래하고 있다며 모든 FTA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가 집계한 2015년 대미 ICT 수출액은 164억7000만 달러로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IT 제품의 대미 수출액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의 주장대로 한미TFA를 재협상할 경우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대미 수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대미 ICT 수출액이 2021년까지 30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마찰도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 전자 제품에 탑재되는 한국산 부품의 수출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중국에 공급하는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분품의 수출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 등 미국 IT 업계는 트럼프의 당선에 집단 '멘붕(멘탈붕괴)' 상태다. 디지털 산업을 강조한 힐러리 클린턴과는 달리 트럼프의 정책은 건설 등 전통 산업의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는 오히려 대선 기간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에서만 만들도록 하겠다고 공헌하는가 하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실리콘 밸리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 IT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었다.
미국내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첨단 IT 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민자 억제 정책도 IT 업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은 인도 등 해외의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경쟁력을 갖춰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테크 기업들이 정부 정책과 갈등을 빚으며 지금처럼 연구개발(R&D)에 몰두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0월 발표된 AT&T의 타임워너 인수합병(M&A)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AT&T의 타임워너의 M&A 같은 거래를 절대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년간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 추진했던 망중립성 정책도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공화당은 망중립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며 "그동안 미국 망중립성 정책을 참고해왔던 한국의 통신 정책도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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