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뉴욕서 공동사업자 첫 만남…이듬해 그룹 초청 방한
트럼프월드, 여의도·용산·부산 등 7곳 분양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트럼프월드' 시리즈를 성공시킨 대우건설과의 남다른 인연이 주목되고 있다.
대우와 트럼프가 연결고리를 가지게 된 것은 1997년부터다. 이때 대우건설의 전신인 (주)대우 건설부문은 뉴욕 맨해튼에서 트럼프월드타워 건설의 공동사업자로 나섰다. 2001년 10월 완공한 이 빌딩은 지하2층, 지상70층에 376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트럼프가 땅을 제공했고 대우는 시공사로 참여했다.
이후 1998년 6월 대우그룹 초청으로 내한한 바 있으며, 1999년 5월에는 여의도에 공급한 주상복합 트럼프월드 분양에 맞춰 견본주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트럼프월드 시리즈는 이때 시작돼 전국 7개 단지로 늘어났다. 옛 석탄공사 터에 들어선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는 아파트 한 층 전체를 스포츠센터와 수영장, 연회장, 독서실 등으로 꾸몄다. 최근 아파트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뮤니티시설의 초기작으로 볼 수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을 철골구조로 짓던 데서 탈피해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도입하면서 주거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월드 1차가 성공하자 대우건설은 2000년 여의도에서 2차 분양에 나섰고, 2001년에는 용산에서 3차 분양을 하면서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이어 2003년에는 부산으로 무대를 옮겨 트럼프월드 시리즈를 내놨다.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에 이어 2004년에는 부산 트럼프월드 마린과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2차 등을 내놨다. 2004년에는 대구에서도 트럼프월드 수성을 분양했다. 대우건설은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 사업으로 트럼프 측에 84만달러를 주는 등 7개 사업장에서 총 600만∼700만달러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의 트럼프월드 시리즈는 그렇잖아도 유명한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런 트럼프와 인연은 1990년대 후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우 뉴욕지사장이 접촉 창구를 마련한 후 김 회장은 당시 대우 해외개발사업본부장이던 전 김현중 한화 부회장과 함께 트럼프와 면담을 했는데, '세계경영'을 모토로 내세운 김 회장과 뜻이 맞아 브랜드 사용 등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우는 '트럼프'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게 됐다. 지금도 대우건설은 사용료만 내면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트럼프월드를 완공한 것이 2007년"이라며 "그 이후로는 트럼프라는 브랜드 대신 '월드마크'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추가로 트럼프 브랜드를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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