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결과에 해법 자체가 불확실
당장은 실물경제·금융시장 수시점검 정도만
공약도 이제야 분석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관계 당국이 잇따라 대책 회의를 열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뚜렷한 해법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어 '트럼프 리스크'와 관련, "금융뿐 아니라 실물 측면에서도 미국 경제 정책 변화가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영국의 유럽 단일시장 접근권 포기), 중국의 수출 둔화 우려와 결합해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정책 방향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유 부총리는 전망했다. 현재로써는 이런 긍정론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감이 더 큰 게 사실이다.
이날 경제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한 기재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은 회의 후 합동 자료를 통해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은 미국 경제 영향, 주변국 반응 등과 상호작용하며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정도·시기에 따라 변화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는 글로벌 금융 시장 및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국제 금융 시장은 위험 자산 회피 성향이 강화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당분간 시장 불안이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경제도 불확실성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교역 위축 등으로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하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경제현안점검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중심으로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 수시 점검에 나섰다. 필요 시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관계 기관 합동 점검반 역시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차관급 태스크포스(TF)로 격상해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실무를 맡기기로 했다.
전날부터 이어진 이런 저런 정부 대책 회의의 결론은 대부분 '모니터링 강화 계획'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상 밖의 미국 대선 결과라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가늠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당분간 정부에선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수준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은행 외화 차입 여건 등을 매일 점검하고 고유동성 외화 자산 추가 확보 등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자와 신용평가사, 외신 등에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는 등 투자 심리 안전 노력도 병행한다.
또 정부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트럼프 당선자 공약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토대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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