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적 원칙인 '보호무역'ㆍ'고립주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경제적 업적이었던 자유무역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운명을 풍전등화로 만들고 있다. 대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자유무역의 흐름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 각 국가들은 트럼프 당선 소식에, RCEP 쪽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CIMB은행의 송셍윈 이코노미스트는 10일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인 스트레이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기울게 된다면, RCEP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며 싱가포르 경제에도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시립대학의 윌리엄 케이스 교수 역시 영자매체인 말레이시아 메일온라인에 "TPP는 이제 확실히 물 건너갔다고 봐도 된다"며 "말레이시아는 RCEP 체결이나 양자간 협정 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RCEP는 중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 아세안(ASEAN) 10개국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 협정은 그 동안 참가국들의 이해가 맞물리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었으나, TPP 체결이 사실상 힘들어진 만큼 새로운 경제협정 대안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함께 TPP를 이끌었던 일본의 전략변화가 주목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0일 트럼프 당선자와 10분간 통화하며 미ㆍ일관계에 대한 대화를 나눴으나, TPP에 대해서는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TPP가 양국간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후 일본 정부의 태도도 변화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TPP를 주도했던 미국에 대한 신뢰감이 저하되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한층 강해졌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며 일본 정부가 중국 쪽에 눈을 돌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상ㆍ하원마저도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TPP가 체결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9일(현지시간) 언론들에게 "TPP를 안건으로 삼지 않겠다"며 "TPP 결정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