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 국방부 차관보를 역임한 조지프 나이(사진)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화의 흐름이 뒤집어질 것이란 주장도 일축했다.
나이 교수는 9일(현지시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트럼프가 자유무역을 배척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해왔지만 세계 질서는 교역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범대서양투자무역동반자협정(TTIP)을 포함해 현재 추진중인 자유무역 협상들의 속도가 더뎌질 수는 있지만 이들이 완전히 중단되고 세계질서가 보호무역 위주로 재편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나이 교수는 "트럼프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기술의 발전은 환경적, 정치적, 사회적 세계화를 촉진했고 이는 기후변화나 초국가적 테러리즘, 이민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이 돼 왔다"고 못박았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1957년 러시아의 세계최초 인공위성 발사, 1980년대 일본의 부상,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나왔던 미국 쇠퇴론은 모두 들어맞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트럼프의 모든 발언들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자유주의 세계질서 속에 미국의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며 미국과 동맹들과의 관계도 크게 훼손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은 중국과 러시아, 중동 분쟁 등에 집중될 것이며 미국의 강한 군사력만으로는 이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역시 협상과 균형, 동맹 유지라는 미국의 기존 외교정책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이런 점에서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현재의 군사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중동의 내부 정치 실패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이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역으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지역적 이해관계가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과의 기존 동맹을 확고하게 하고 인도와 관계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면서 하드파워(군사, 제재)나 소프트파워(문화, 협력) 모두에서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억제 정책을 펼 필요가 없으며 주변국과 협력해 역내 균형과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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