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중국 전문가 7인 진단
트럼프, 외교·안보 인식 역대 美대통령보다 떨어져
'신고립주의' 표방, 美 이익 우선…북핵·사드 덜 중요시
중미 간 무역 전쟁 우려에는 "미국과 당당히 맞서 의존도 낮춰야 한다" 한목소리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면서 주요 2개국(G2)의 한 축인 중국은 새로운 미국 정부와 어떤 관계를 형성해 나갈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10일(현지시간) 중미 관계 전문가 7인과 함께 동북아시아 정세와 아시아태평양의 재균형 등 외교·안보 분야는 물론 양국 간 통상 마찰에 따른 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긴급 점검 자리를 가졌다.
우선 트럼프의 외교·안보 인식은 역대 미국 대통령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우신보 푸단대학교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자신은 외교·안보 분야에 별 관심이 없어 공화당의 정책으로 대신하려 할 것"이라며 "공화당 내에 나누어진 경제파와 전략파를 균형 있게 인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오윈주 중국군사과학원 중미방무(국방)센터 전 주임은 "미국의 외교 정책이 트럼프 손에 들어간다면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군사 연맹 정책을 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북한 핵 도발과 이로 인한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불거진 이해 당사국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불확실성 상존으로 중국에는 위기이나 한편으로는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찬룽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트럼프는 북핵과 사드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오바마 행정부처럼 소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더 많은 책임을 묻는다면 이것은 중국에 있어 도전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에 정권을 탈환한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무기 판매상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어 이는 중국에 좋은 소식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사드 배치 철회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리하이둥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트럼프는 돈이 들지 않거나 적게 드는 일을 좋아한다"며 "사드 배치를 철수할지 아직 모르나 계속 주시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주펑 난징대학교 국제관계연구원장도 "트럼프는 민주당 집권기 내내 노력해 온 사드 배치를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것 같다"며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 속에서 책임을 덜고 더 많은 자원으로 미국을 발전시키기 원하는 신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아태 재균형'을 공언한 데 대해 진찬룽 부원장은 "트럼프는 오바마가 임기 동안 해결하지 못한 아태 지역의 문제를 이어가기 싫어한다"며 "아태를 유난히 중시하는 민주당과 달리 트럼프는 그가 가진 힘을 아태에 쏟는 것이 아니라 유럽, 중동, 발칸반도 등에 균일하게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미 간 무역 전쟁 발발 우려가 높아진 것과 관련해서는 당당히 미국과 맞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다웨이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연구소장은 "트럼프와 접촉하는 방법 중 하나는 싸움"이라며 "트럼프는 분별력이 있는 인물로 미국의 이익이 손상된다면 바로 정책을 조정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무역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리젠 미국 데이턴대학교 경영대 교수도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시장을 의지한다고 생각하는 데다 실용주의 사업가로 자신에게 유익한 물건을 갖기 위해서라면 무리한 방법을 택하기도 할 것"이라며 "중국이 더 이상 미국의 구속을 받지 않도록 '일대일로'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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