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강대학교 앞 음료 업체가 직원 채용공고를 내면서 '외모에 자신 있는 사람만 연락주세요'라는 문구를 삽입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위트를 담은 내용이었는지, 외모가 채용의 기준점이었는지는 조금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채용에서 신체, 외모, 성별 등으로 인해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에 다수의 시민이 동의하기에 이 업체에 대한 항의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있다. 같은 돈을 들여서 직원을 채용한다면 외모가 좋은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니 업주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하나는 그 업주의 합리적 선택이 '옳은 일'인 것이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을 해결하는 대안이 업주의 높은 도덕심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제도 개선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외모나 성별로 인한 차별을 방지하고 개인의 경력과 능력을 우선으로 하는 채용 관행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 2007년 개방형 표준이력서 및 표준면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작·보급하고 있다. 표준이력서는 직무연관성이 있는 정보, 즉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 전공과 부전공 등만을 기재한다. 그러나 개인 업체는 물론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조차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않아 공정한 취업기회의 보장이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제도 개선은 어려운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1년 40개 공공기관과 160개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에 관한 채용 공고와 입사 지원서를 조사한 '기업 채용과정의 차별관행에 대한 실태조사' 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0개 기업 모두가 제시하는 입사지원서 양식은 인적사항, 신체조건, 혼인, 가족관계, 학력사항, 경력사항 등 과다한 개인정보를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부모의 재산, 지인 중 고위 인사가 있는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기업인 한국마사회의 경우 공원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뽑는 지원서에 조부모와 증조부모, 친인척의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일까지 있었다.
'표준이력서'가 도입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제도는 점점 더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76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93.4% 기업의 지원서에 사진 항목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 기업 중 66.6%는 사진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준다고 응답했다. 이러니 스펙경쟁에 이어 취업 성형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제도를 시행하려 했으나 사회에서 호응하지 않는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 우선 고용노동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얼마나 진지하게 국민을 설득하려 했는지에 대해 자문해 봐야한다. 또한 민간 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전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채용에서부터 고용노동부가 제시하는 '핵심직무역량평가모델'을 기관의 특성에 맞게 정립시켜 시행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익에 대한 욕구를 사회적 정의를 위해서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옳은 길이라는 것에 다수가 동의하기에 성립될 수 있는 것이며, 그 옳은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제도이다.
"그래 왔다고 그게 옳은 것은 아니다"
김광진 전 국회의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