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최근 북한 고위급 외교관이 한국행을 선택하면서 김정은 체제 균열이 점점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이 틈을 더욱 벌리는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55ㆍ가명 태용호)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태 공사는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꼽힌다. 지난 1997년 주이집트 장승길 북한 대사의 경우 한국행을 택하지 않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 만큼 그의 탈북 및 귀순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어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가장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계층의 이탈은 김정은 체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태 공사는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외교관 근무 기간이 3년인 점을 고려할 때 출신 성분(빨치산)이 이른바 '금수저'로 평가된다.
앞으로 주목할 점은 태 공사처럼 북한 고위 계층의 '탈북 도미노' 현실화다. 이는 결과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균열을 의미한다. 아무리 출신 성분이 좋아도 김정은 체제 내에서 살아간다는 것 또는 살아남는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의 탈북 동기에 대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정부도 대북정책에 미묘한 변화를 암시했다. 김정은 정권을 직접적으로 바꾸기보다 북한 내부 체제의 균열을 이끄는 전략이다. 냉정하게 보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대북제재 수위를 높여도 김정은 정권은 여전히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간부와 주민을 향해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광복절 발언 당시 이미 태 공사의 망명이 확정된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인권 문제 등 북한 체제의 균열을 가속화시키는 대북전략에 무게를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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