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거액 세금 부정환급 및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등을 받는 롯데케미칼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1일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65·사장)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20분께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온 허 사장은 소송사기 관련 신동빈 회장(61)의 관여 여부에 대해 “(지시는)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지시한 의혹이 제기된 세무로비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은 케이피케미칼의 1512억원 규모 고정자산이 실재하지 않는 장부상 자산에 불과함을 알면서도 감가상각 비용 명목으로 2006~2008년 소송사기를 벌여 이후 지난해까지 법인세 등 270억원을 부정환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호남석유화학은 2004년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한 뒤 2012년 말 이를 흡수합병하며 롯데케미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호남석유화학 출신인 허 사장은 2007년부터 흡수합병 전까지 케이피케미칼 대표를 지냈다. 전임자(2004~2007년)인 기준 전 롯데물산 대표(69·사장)는 앞서 지난달 구속됐다.
검찰은 허 사장을 상대로 2004년부터 롯데케미칼 대표로 재임한 신동빈 회장의 지시 내지 묵인·방조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소송사기 실무를 맡았다가 구속기소된 김모 전 재무회계부문장(54)은 케이피케미칼에서 회계·재무팀장을 맡아오다, 흡수합병 이후로도 같은 업무를 담당하며 부장, 이사, 상무보로 매년 승진한 뒤 2014년 말 퇴사했다.
롯데케미칼은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를 통해 로비에 나선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허 사장 재임 중 롯데케미칼 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T세무법인 대표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다년간 롯데케미칼의 세무관련 업무를 다뤄온 김씨는 로비 명목 금품거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허 사장의 간여를 입증한 단서롤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원료 수입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 등 해외 계열사를 끼워넣어 부당 수수료를 지급한 의혹도 받고 있다. 현지 사법당국과의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일본 롯데 관련 자료 확보를 시도 중인 검찰은 허 사장을 상대로 관련 의혹도 추궁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롯데건설에서 최소 20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지시한 ‘윗선’과 실제 조성 규모를 쫓고 있다. 검찰은 외주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거나 법인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배임수재)로 이 회사 박모 상무(52), 최모 상무보(50)에 대해 최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1281억원, 1595억원을 기록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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