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모범납세자 장관 표창
탈세 혐의로 검찰 소환 앞둬
정부 "자격 박탈 여부 검토"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지난해 모범납세자로 포상까지 받았던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수백억원대의 세금포탈에 연루돼 검찰의 소환을 앞두는 신세가 됐다. 모범납세자상을 수여한 정부도,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허 사장도 모두 난감한 처지가 됐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허 사장을 세금 포탈 혐의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200억원대 법인세를 부정환급 받는데 관여했다는 혐의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롯데케미칼로부터 국세청 로비 명목으로 뒷돈을 수수한 혐의로 세무사 김모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씨가 롯데케미칼의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면서 "허수영 사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며 조만간 허 사장을 소환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또한 허 사장은 기준(70·구속) 전 롯데물산 사장과 함께 롯데케미칼의 '200억원대 법인세 부정환급'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회계장부를 조작해 국가를 상대로 세금환급 소송을 제기해 270억여원을 돌려받은 과정에서 허 사장과 기 전 사장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4~2007년 롯데케미칼 부사장과 사장을 역임한 기 전 사장은 지난달 23일 혐의가 일부 인정돼 구속됐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허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탈세 혐의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는 허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금을 성실히 납부한 모범납세자 신분이었다. 지난해 3월 '납세자의 날'에 관세청 추천을 받아 기획재정부장관 표창을 수상 한 것이다. 롯데케미칼 사장으로서 회사가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데 일조했다는 공로를 인정 받았다. 모범납세자는 매년 세무당국의 평가를 통해 각 분야에서 성실히 세금을 납부한 대표적인 기업과 개인을 격려하는 제도로, 선정되면 세무조사 유예, 공항 출입국 우대카드 발급 등의 혜택을 받는다.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다는 공로로 장관 표창까지 받았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세금 탈루자로 전락하면서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됐다. 세무당국의 한 관계자는 "(모범납세자)후보자를 외부에 사전에 공개해 검증까지 하는데 (허 사장)탈세 혐의가 있었는 줄은 알지 못했다"며 "허 사장의 모범납세자 자격을 박탈 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사장은 1999년 호남석유화학 임원을 지내다 2008년 KP케미칼 사장을 맡았다. 2012년엔 호남석유화학 사장으로, 그 해 12월엔 롯데케미칼 사장 자리에 올랐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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