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레저용차량(RV)의 판매 호조로 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대당 판매단가가 높은 고수익 RV 차종의 생산ㆍ판매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판매와 수익성을 동시에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올 2분기 영업이익 7709억원을 달성하며 3년만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실현했다. 2014년 2분기(7697억원) 이후 처음으로 700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은 14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7조994억원, 1조4045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7%, 20.8% 증가했다. RV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에 따른 판매 단가 상승과 신차 출시 등이 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 기아차, RV 덕에 실적향상= 국내 시장에서는 카니발ㆍ쏘렌토에 이은 스포티지의 가세로 RV 판매 호조가 지속됐다. 특히 K7ㆍ니로ㆍ모하비의 신차 효과가 더해졌다. 미국에서는 쏘울과 K3의 판매 확대, 스포티지의 신차효과가 주효했다. 유럽에서는 승용차급의 판매 회복과 스포티지의 인기에 힘입어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제품과 안정된 품질을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높이는 한편 내실경영을 지속 추진해 하반기에도 수익성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도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2007년 상반기 이후 9년 만에 상반기 흑자를 실현했다. 영업이익 규모도 지난 1분기 81억원에 이어 2분기 193억원의 이익을 실현하는 등 판매증가 효과가 나타나며 상반기에 2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1조7772억원이다.
티볼리 에어가 가세한 티볼리 브랜드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0.9% 증가하면서 상반기 판매가 2003년 상반기(8만354대) 이후 13년 만에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출시 후 처음으로 지난달 8000대를 돌파하며 월간 최대 실적을 기록한 티볼리 브랜드에 힘입어 상반기 판매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로 각각 6.8%, 11.4%의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내수 판매도 티볼리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하면서 2004년 상반기(5만4184대)이후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 뿐만 아니라 코란도 스포츠 등 최근 출시된 모델의 판매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올해 연간 흑자전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현대차, 제네시스 효과 실적반등 기대= 반면 현대자동차는 상반기 판매 감소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한 239만3241대를 판매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한 3조10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판매 감소에도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7.5% 늘어난 47조273억원을 기록했다.
판매 감소는 신흥시장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국내공장 수출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판매 믹스 개선 등으로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판매가 줄어들어 대당 고정비가 상승하고 신흥국 통화 약세 부담이 지속되면서 상반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그러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한 1조7618억원을 나타냈다. 매출액은 24조6767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RV 공급을 더욱 확대하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출시를 본격화하면서 추가적인 판매 믹스 개선이 기대된다.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신차와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고급 차량인 G90(국내명 EQ900)를 다음달 미국에서 출시한다. 기존 제네시스를 브랜드 라인업으로 편입시킨 신형 G80도 미국에 출시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종통화 약세에 따른 부담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1분기 대비 2분기에는 개선된 모습을 보였고 하반기에도 점진적인 실적 개선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다소 주춤했지만 기아차의 선전으로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경기 둔화로 신흥시장 수요는 부진했지만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하며 전반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 합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4조1267억원, 4조50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01%,0.16% 증가했다.
◆ 자동차시장 성장률 감소, 파업도 변수= 하반기 업황 전망은 밝지 않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 연간 규모는 2013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매량은 445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반기 성장률 대비 0.3%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글로벌 저성장이 고착화된 가운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신흥시장 부진이 지속되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는 자동차 수출 감소에도 다행히 내수가 성장해 주면서 버텨낼 수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내수, 수출 동반 감소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노조 파업도 변수다. 현대차는 지난 19일부터 부분적인 파업 등으로 약 3200억원 이상의 생산차질이 생겼다. 현대차 사업장은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휴가에 들어간다. 주말까지 합하면 약 10일에 달한다. 이 기간에도 실무진 차원에서의 노사 창구를 열어 놓고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 파업은 향후 교섭위주 전개로 다음달 중순께 타결 가능성 높지만 기아차 파업도 문제다. 아직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판매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제품과 안정된 품질을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높이고 내실경영을 지속 추진해 올해 판매목표 달성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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