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용, 77년 만에 佛 샤요국립극장서 전통춤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한국 무용계의 전설인 최승희는 1939년 6월 프랑스 파리 샤요국립극장에서 전통춤 공연을 선보였다.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77년 만에 이곳에서 공연을 한다.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마련한 '포커스 코레(Focus Coree)'를 통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샤요국립극장의 초청으로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무용단 등이 9일부터 24일까지 '이미아직', '시간의 나이' 등 작품 다섯 편을 공연한다고 8일 전했다. 프랑스 5대 국립극장의 하나인 샤요국립극장은 프랑스 파리 16구 샤요 궁전에 위치한 유서 깊은 무대다. 1940년대부터 전위예술로 불리는 아방가르드(avant-garde) 경향의 혁명적이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자주 공연됐다. 프랑스 문화부가 2007년 무용 전문극장으로 지정한 뒤로는 고전극, 현대극 등 프랑스 국내외의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포커스 코레' 개막작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이다. 안애순 예술감독이 한국 전통 목조각인 꼭두를 모티프로 삼아 만든 작품으로, 죽음과 삶 사이 경계적 세계의 샤머니즘 미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꼭두는 한국의 전통 장례에서 죽은 사람의 시신을 옮기는 상여를 장식하는 목조각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는 샤요국립극장의 예술감독인 조세 몽탈보와 국립무용단이 협업한 한불 공동제작 공연이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어린이와 어른, 인종과 인종의 만남 등 인류 공통의 주제를 한국 전통춤과 현대적 영상으로 다룬다.

중견 안무가 안성수는 '이믹스처'를 선보인다. 동서양이 만났을 때 가장 조화롭고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한다는 주제를 한국과 서양의 전통음악 및 무용으로 전한다.

이인수의 '모던 필링(Modern Feeling)'은 현대사회에서 점점 흐릿해지는 인간관계를 다룬 2인 안무다. 김판선의 '오운 메가헤르츠(OWN MHz)'는 나만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대화를 주파수로 표현한 독무다.

문체부 관계자는 "각기 다른 전통과 개성을 지닌 다섯 무용단의 작품을 통해 한국 무용의 생생하고 다양한 영역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6일에 이미 관람석이 모두 매진됐다고 샤요극장 측이 전해왔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