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R '광폭 행보'에 금융계 수장들 관심 보여…연내 정부 지분매각 공고 기대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미국에서 서너 곳의 기관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쪽은 의사결정이 롱텀(long-term)이라, 한 달쯤 뒤에나 액션이 나온다. 이미 한 곳은 들어왔다. 나머지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 동부지역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고 온 이광구 우리은행장(59)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이 행장은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아시아금융포럼(SAFF)'에서 기자와 만나 "상대방이 있는 거래라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다른 은행장들도 이 행장에게 "언제 귀국했느냐" "표정이 밝아 보인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행장은 지난 2월 유럽에 이어 이번 미국 기업설명회(IR)를 다녀왔다. 해외 투자자와 만나 '일대일 설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말 취임한 이 행장이 지난 한 해 동안 주력한 것은 우리은행 국내조직의 '체질 개선'이었다. 분산돼 있던 각 본부를 묶어 국내ㆍ글로벌ㆍ경영지원 등 3개 그룹체제로 만들고 각 부행장급 그룹장에게 전결권을 부여했다. 그룹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이 행장 자신은 '민영화'라는 숙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실제로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말 20% 수준이었던 외국인 지분은 지난 주말 기준 25% 수준으로 5개월 만에 5% 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지분이 1% 포인트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리은행에 대한 시각이 변했음을 입증할 만한 수치다.
이 행장은 올 2월 싱가포르와 유럽에 이어 지난주 뉴욕ㆍ보스턴ㆍ워싱턴ㆍ필라델피아 등 미국 4개 도시를 5일간 방문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행장이 직접 IR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 행장은 특히 직접 기관투자자를 만나 설득하는 '전투적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대 중반 우리은행 홍콩 투자은행(IB) 법인 초대 법인장 출신인 만큼 글로벌 경험이 풍부하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부 지분(51%)을 제외하고 기존에 유통되고 있는 지분만으로도 충분히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향후 민영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 역시 투자가들에게는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수 차례 민영화 시도에 실패한 우리은행은 이 행장의 이 같은 적극적인 해외 IR을 통해서 올해 내로 정부의 지분매각 공고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 까지다. 그는 최근 직접 신평사 연구원을 만나 건전성 설명에 나서는 등 주가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스스로의 미션을 '민영화'로 자리매김하고, '선택과 집중'을 구사하고 있는 이 행장이 그의 임기 이전에 과연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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