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8일 정동 일대 오후 10시까지 덕수궁, 시립미술관 등 29개 문화시설 개방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5월의 마지막 주말밤은 한국 근대문화 유산의 보고(寶庫)인 정동을 걸어보자.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27~28일 정동 일대에서 봄 밤에 떠나는 테마여행인 '정동야행(貞洞夜行) 축제'를 연다.
지난 해 5월과 10월에 이어 세번째로 열리는 행사로 '컬처 나이트(Culture Night)' 라는 별칭처럼 27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28일 오전11시부터 오후10시까지 운영한다.
낮의 모습만 익숙했던 정동을, 특히 정동다운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늦 봄 밤 늦게까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나선화 문화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오후 7시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공식 개막식을 갖는 정동야행은 ▲야화(夜花, 밤에 꽃피우는 정동의 문화시설) ▲야로(夜路, 정동 역사를 함께 걷다) ▲야사(夜史, 정동역사체험) ▲야설(夜設, 거리에서 펼쳐지는 공연) ▲야경(夜景, 정동의 야간경관) ▲야식(夜食, 야간의 먹거리) 등 6가지 테마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정동 일대의 덕수궁과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시립미술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중명전, 정동극장, 구 러시아공사관 등 29곳의 기관들이 협업해 밤 늦게까지 문을 활짝 연다.
◆미국대사관저 등 3개 대사관 개방
지난 해 봄에 개방한 미국대사관저는 이번에 다시 문을 연다. 28일 오후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옛 미국공사관 겸 영빈관 건물을 일반인들한테 개방한다.
주한영국대사관도 이번에 다시 일부 개방한다. 영국대사관은 신청을 받아 선정된 80명에 한해 27일 오후3시부터 2시간 동안 공개한다. 정동야행 홈페이지(culture-night.junggu.seoul.kr)에 18일까지 신청하면 되며, 무작위 추첨을 통해 23일 대상자를 선정한다. 주한미국대사관저처럼 19세기에 지은 근대건축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동에 단독 건물을 갖고 있는 캐나다대사관은 27일 1층 정원과 로비 및 지하1층 도서관을 개방하고 포토존을 운영한다.
또 웅장한 모습과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옆에 있는 성공회성가수녀원과 경운궁 양이재도 눈여겨 볼만 하다.
1925년 9월14일 설립된 성공회성가수녀원은 올해 91주년을 맞았다. 대문을 포함해 외빈관, 피정집, 주교관 등 여러채의 한옥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국세청 별관 철거로 그 아름다운 모습이 드러난 서양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채롭다.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지만 이번 정동야행축제 기간중인 27일 오후2시부터 2시간 동안 특별히 일반인들에게 아름다운 정원을 공개한다. 18일까지 정동야행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되며, 무작위 추첨을 통해 23일 대상자(80명)를 선정한다.
성공회 뒤편에 위치한 경운궁 양이재(養怡齋)는 대한제국 광무9년(1905년)에 세워진 건물로, 초기에는 함희당(咸喜堂)이란 건물과 연결되어 있었다. 원래 건물 규모는 정면 7칸, 측면 4칸이었으며 내부에는 온돌방과 마루, 누마루가 있었다.
이 건물은 1910년까지 귀족의 자제 교육을 전담한 수학원(修學院)으로 쓰였다. 대한성공회가 1912년 이를 임대해 쓰다가 1920년에 매입한 후 건물을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부지 안으로 옮겼다. 현재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주교관으로 쓰인다. 함희당은 1960년대에 헐렸으나 양이재 뒤편에 복도가 일부 남아 있다.
인기있는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도 정동야행을 통해 저녁 늦게까지 연장 개방한다. 주말에는 오후5시까지만 문을 여나 특별히 27일과 28일 양일간 저녁6시와 7시 등 모두 4회 개방한다. 19~20일까지 정동야행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아 매회당 20명씩 총 80명을 선정해 특별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정동에 위치한 문화시설들은 정동야행 기간 입장료를 대폭 낮춰 관람객들을 맞는다.
지난해 3월 개관한 국내 최대 피규어&장난감박물관인 '토이키노'는 입장료를 50% 할인(대인 6000원, 소인 4500원)한다.
세실극장은 소방관 이야기를 담은 넌버벌 퍼포먼스 뮤지컬 '파이어맨'의 공연 입장료를 4만원에서 1만원으로 할인한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문을 연 밀랍인형 전문 박물관인 '그레뱅 뮤지엄'도 성인 기준 입장료 2만3000원을 1만3000원에 할인해 준다.
NH아트홀의 라이브 국악 뮤직쇼인 '판타스틱(Fanta Stick)' 공연은 4만~6만원인 입장료를 30% 할인한 2만8000~4만2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일민미술관의 '그래픽 디자인展'도 입장료를 50% 할인(2500원)해 밤 10시까지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야간 개방과 함께 27일 오후7시30분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콘서트가 열린다. 어떤이의 꿈, 브라보 마이라이프, 한잔의 추억,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등 봄여름가을겨울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다음날인 28일 오후7시30분에는 금난새가 지휘하는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고궁음악회가 초여름 밤을 수놓는다.
지난 해 정동야행 때 큰 관심을 모았던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는 미국과 영국에서 만든 각각 다른 소리의 파이프오르간 선율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시립미술관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그림자 인형극도 볼만하다. 27일과 28일 모두 6회 공연한다. 낮시간에는 인형극으로, 밤시간에는 그림자 인형극으로 진행된다. 바리스타가 꿈인 주인공 '정이'를 통해 아관파천부터 고종의 커피 독살 시도 사건 까지를 인형극으로 구현한다.
정동극장 야외마당에서는 김묵원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아트'가 펼쳐진다.
음악, 영상과 함께 작가가 직접 현장에서 동양화 수묵기법의 꽃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다. 동양화가 가진 먹 특유의 번짐과 스며듬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문해설사와 함께 하는 정동 탐방 프로그램인 '다같이 돌자 정동 한바퀴'에 참여하면 정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90분 동안 구 러시아공사관, 이화박물관,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구 대법원청사), 덕수궁 중명전 등을 둘러본다. 정동야행 홈페이지에 신청을 하면 된다. 참가비는 없다. 27일 오후6시, 28일 오후2시, 오후4시, 오후6시 등 각 시간별로 2팀씩(팀별 20명씩) 총 160명을 대상으로 한다.
개별적으로 관람을 원하는 시민들은 덕수궁 중명전과 구 러시아공사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정동회화나무 앞, 서울시립미술관 등 5개소에 배치된 시설별 안내원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이들은 매시간 정시, 20분, 40분 단위로 관람객들에게 시설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준다.
중구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앱인 '중구 스토리여행'을 이용하면 최첨단 IOT 기술인 비콘을 활용해 정동 곳곳에 갈 때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언어로 음성해설이 자동 제공된다.
이번 정동야행축제는 구한말 서양 신문물의 도입지였던 정동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1900년대 전후의 시대상을 재현한 '덜덜불 골목 체험'이 바로 그것.
'덜덜불'이란 1901년 덕수궁에 설치된 백열전구를 밝히기 위한 발전기가 덜덜거리며 요란하게 돌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그 시대처럼 꼬마전구를 이용해 덜덜(꼬마등)을 만들어 본다. 어린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가발전기를 통해 전구에 불이 들어오기 까지 과학적 원리도 안내한다. 덜덜은 어두운 행사장 밤거리를 밝히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문자를 신호로 전송하는 방식의 최초 통신시설인 전신을 체험할 수 있다.
도트(점)와 대시(선)의 조합으로 구성된 모르스 부호를 이해한 후, 전신으로 신호를 보내고 신호를 받는 체험을 한다.
개화기에 고종이 즐겼던 커피를 만드는 체험인 '가비의 향'은 색다를 듯.
가비는 커피를 영어발음으로 부른 고어(古語)다. 커피콩을 절구에 갈아 만들었던 옛 방식을 체험하고, 갈아 만든 커피가루는 향첩에 넣어 방향제로 완성한다.
근대식 우편제도 도입을 위한 우정총국 설치로 우표, 우편이 생겨난 것처럼 정동야행의 추억을 담아 직접 미래로 보내는 편지를 작성해 근대시기에 제작된 우체통에 넣어본다. 편지는 10월 정동야행(마지막 주 금~토요일)때 받아볼 수 있다.
과거 신문사에서 활용됐던 납활자기를 이용해 직접 우리집 가족신문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옛 신문 형태의 신문지 빈칸을 가족신문 내용으로 채우고, 일부 헤드라인 및 몇몇 문구는 납활자를 활용해 직접 찍어본다.
덜덜불 시대의 은행이었던 전환국에서 주화를 만들었던 압인기를 활용해 직접 정동야행의 주화를 만들어 본다. 덜덜불시대 당시 선진문물이었던 고종의 시계를 만들어보고, 묘화양복점에서는 근대시기의 복식과 안경, 가방,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체험 행사중 덜덜불(2000원)과 시계 만드는 것(2000원, 5000원)만 유료로 진행, 나머지는 전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수익금은 전액 중구인재육성장학재단에 기부된다.
덜덜불과 관련된 마당극도 펼쳐진다. 덕수궁길과 시청별관 앞에서 열리는 마당극 '덜덜불을 가진자, 그는 누구인가'는 이틀간 30분씩 모두 7회 공연된다. 덜덜 뒷골목에 고귀한 선진문물 신상이 들어온다는 소문에 양복파 사람들과 한복파 사람들이 선진문물을 차지하기 위한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이외 매시간 총 15회에 걸쳐 덕수궁 돌담길에서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덕수궁 돌담길을 활보하는 덜덜불 시대 사람들을 찾아보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개화기 외교 중심지였던 정동답게 석고마임으로 표현된 외교 사신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정동 분수대와 구세군역사박물관 사이의 돌담길에서는 오후8시부터 밤10시까지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것)를 이용해 월하정인, 연소답청, 봉접귀비 등 신윤복과 심사성의 아름다운 조선시대 민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화학당과 배재학당 학생이 최초로 서양식 결혼식을 정동에서 올린 것을 소재로 정동분수대 앞에서 '5월의 신부(웨딩포토존)'을 운영한다. 5월20일까지 정동야행 홈페이지에 신청해 선정(5월23일)된 커플에게 의상, 헤어, 메이크업 및 웨딩촬영의 기회를 제공한다. 28일, 기혼자들을 위한 리마인드 웨딩(오전11시), 미혼 커플(오후2시), 신부와 들러리(오후5시) 등 3차례 운영한다.
사전 신청을 하지 않아도 면사포와 부케를 활용해 현장에서 촬영할 수 있다.
체험 부스와 정동 문화시설에 대한 설명이 담겨진 스탬프북에 야간개방 시설 7개 이상 스탬프를 찍어오는 방문자에게 아트캘리그라피 기념 증서를 증정한다.
중구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외국어도 가능한 안내도우미를 배치하고, 밤늦게 정동야행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주기 위해 덕수궁 돌담길 주변에 스테이크, 맥앤치즈, 칠링도그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을 운영한다. 과일, 음료를 한컵에 담은 소소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야식코너도 운영한다.
최창식 구청장은 "지난 5월과 10월에 열린 정동야행축제에는 무려 19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이번 봄 정동야행에도 많은 분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봄의 정동은 매우 아름답다. 근대문화유산이 몰려있는 정동에서 밤 늦도록 멋과 추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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