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썩은사과·보신주의·무임승차 3대악 척결해야"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혜민 기자]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조선과 해운 산업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이 '썩은 사과' '보신주의' '무임승차' 등 3대 악(惡)을 없애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치권이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민간 전문가들이 전면에 설 것을 주문했다.
권 원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에 대해 정부와 국회, 근로자가 모두 과거와 같은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권 원장은 대규모 감원에 대한 노조의 반발과 저항에 대해 "썩은 사과를 도려내지 못하면 생사과(기업 전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썩은 사과를 빨리 도려내는 아픔을 참아야 한다. 대주주와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부실 징후가 보였던 5년 전 이미 시작됐어야 했지만 공무원과 금융 당국자들의 보신주의에 실기(失期)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물론 기업, 노조가 구조조정을 미루느라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정치권이 개입되면 절대 구조조정을 못 한다. 정치권은 표에만 관심이 있어서 구조조정을 가로막을 뿐"이라며 정치권의 '무임승차'를 경계했다.
권 원장은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서는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구조조정의 키는 민간 전문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경쟁력과 생산성이 떨어질 때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KDB산업은행 등 채권 은행에 대해서는 "비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면서 민간 전문가의 얘기를 듣지 않은 책임이 크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사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큰 그림을 가지고 방향을 잡되 구조조정은 전문가한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대규모 인력구조 조정에 대한 보완책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행정규제기본법 등이 20대 국회 개원 이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정책과 규제들을 철폐해야 한다면서 20대 국회가 경제민주화보다 경제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상당수의 경제민주화 정책, 특히 대기업 규제들이 만들어졌다"면서 "앞으로 과잉규제가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되면 우리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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