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작은 강줄기가 흐르는데 금요일 저녁이 되면 집채만한 텐트가 하나둘 등장하여 캄캄했던 시골 동네에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계절은 캠핑 마니아는 물론이고 마니아가 아니어도 한 번쯤은 캠핑을 떠날 계획을 하게 된다.
캠핑족들은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에 가는 날을 기다리는 것처럼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봄날을 기다렸을 것이다. 시골집에 가면 특한 놀이가 없어도 개울가에서 하루 종일 신나게 보냈다. 여러 가지 반찬이 없어도 밥맛은 꿀맛이었고 밤이 되면 고구마, 감자, 옥수수 간식만으로도 즐거웠다. 2~3일의 캠핑을 위해 집채만한 텐트를 번거롭게 옮겨야 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쓰는 화장실이나 샤워실도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캠핑이 즐거운 건 할머니 집에서의 추억과 같을 것이다.
낮에 따뜻한 봄 햇살을 쬐면 우리 몸에서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비타민 D가 생성된다고 한다. 야외 활동이 부족하여 영양제에 의존했던 비타민 D를 봄볕으로 체내에 공급받고 밤에는 달빛 아래에서 물소리와 개구리 소리 들으면서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캠핑은 자연과 더불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캠핑의 꽃’이라 불리며 캠핑을 더 즐겁게 만드는 건 누가 뭐래도 캠핑 요리이다. 캠핑장에서 맛보는 요리는 무엇이든 맛있다지만 저녁에는 삼겹살을 굽고 아침에는 라면을 끓이는 시대는 갔다. 캠핑족이라면 하나쯤 특별한 캠핑 요리 레시피를 가지고 있을 터. ‘특별한 레시피에는 특별한 캠핑 장비가 필요하다’는 공식 또한 옛말이 됐다. 집밥처럼 자연과 잘 어울리는 재료가 캠핑 특별식을 만들어낸다.
바비큐에는 고기와 함께 구울 수 있는 채소인 양파, 버섯, 가지 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마른 해조류인 미역이나 톳을 준비해 밥에 넣어 지으면 고기나 생선 같은 산성식품을 먹을 때 산도를 중화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바비큐에 곁들이는 여러 가지 양념장으로 나트륨 섭취량이 높아지고 과식이 우려되니 맑은 국 준비도 빠뜨릴 수 없다. 캠핑장이 아니라면 타박 받기 쉬운 삼층밥도 캠핑장에서는 즐거움과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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