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가능성 높아져
"제한적 군사타격에 방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조속한 핵협상 합의를 요구하며 협상시한으로 '열흘'이란 시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열흘 내로 이란이 핵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곧바로 군사적 응징을 가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다. 이와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지역 안정화를 명분으로 자체 설립한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에 가입과 기부를 종용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중동지역에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전략을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유가도 6개월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트럼프 "협상시한 10일, 15일이 최대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제1차 평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란에 핵 협상을 압박하며 각국에 평화위 참여와 기부를 요구했다.워싱턴D.C.(미국)=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평화위원회의 첫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란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아마도 우리는 합의할 것이다. 여러분은 아마도 앞으로 열흘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과) 의미 있는 합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조지아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이란과의 핵협상 문제를 재차 언급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협상을 성사시킬 것"이라며 10~15일이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핵 협상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며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한 셈이다. 기자들이 '이란에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묻자 "말하지 않겠다"며 "(협상 시한은) 10일이면 충분할 것이다. 15일 정도가 거의 최대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협상시한을 10일로 못 박으면서 이란 공격 감행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3곳을 전격 공습하기 직전에도 '2주일'이라는 시한을 언급한 바 있다.
◆국제유가 6개월만 최고치 급등
미국의 이란 공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는 또다시 상승해 6개월만에 최고치에 올라섰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1.9% 오른 배럴당 71.6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31일 이후 6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66.43달러로 전일보다 1.9% 올라 지난해 8월1일 이후 최고 가격에 도달했다.
석유시장 분석업체인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드류 리포우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이 조만간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렸다"며 "시장은 무언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며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식 '외과적 시술' 시도하나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이 커지면서 앞서 베네수엘라 공습 당시 행한 '외과적 시술' 방식의 공격을 시도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에서 장기전을 벌일 경우 자칫 중동 전역으로 확전이 우려되는만큼 제한적 군사타격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에 대한 초기 공격은 소수의 군사 및 정부 시설을 목표로 제한적 타격에 집중될 것"이라며 "이러한 제한적 타격이 단순히 협상 결렬에 대한 징벌 수단이 아닌 미국에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작은 규모로 시작해 이란 정권이 핵 활동을 중단하거나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공격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도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유력한 시나리오로 베네수엘라와 같은 외과적 시술 방식을 사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BBC는 "미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이란 정권은 온전히 유지되지만, 정책이 완화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며 "정권은 유지해주면서 중동 전역의 무장 단체 지원 축소,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중단 또는 축소, 시위 탄압 완화 등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칫 확전 우려도 큰데다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이 큰 만큼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베네수엘라식 시나리오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란 정권이 지난 47년간 미국에 오래 저항해왔다는 점, 군사적, 지형적으로 베네수엘라보다 공략하기 까다롭다는 점에서 미국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트럼프 평화위 가입, 기부 종용… 9개국 10조 이상 기부
이란에 대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론 국제사회에는 자신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과 기부를 종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평화위원회 회의에서 "힘과 위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consequential) 위원회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 위상의 위원회는 전례가 없다. 가장 위대한 세계 지도자들이 모였기 때문"이라며 "거의 모든 분이 수락했고 아직 수락하지 않은 사람들도 합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평화위 참여에 회의적인 몇몇 국가들을 향해 "나한테는 귀여운 척 할 수 없다(You can't play cute with me)"며 평화위 참여를 교묘하게 회피하지 말라는 경고음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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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평화위원회 가입과 함께 자발적 기부를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 및 재건을 위해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 바레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 등 평화위 참여 9개국이 70억달러(약 10조원) 이상을 기부했다"며 "국제축구연맹(FIFA)이 가자지구 프로젝트에 총 750억달러를 모금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했으며,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도 20억달러를 모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이 방금 원조 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하기로 약속했는데 매우 큰 행사가 될 것"이라며 "한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 역내 다른 국가들이 참여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뉴욕 특파원=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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