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조선업계가 구조조정으로 뒤숭숭하다. 해양플랜트 부실에 시황 악화까지 겹치며 사측은 추가 임원 감축 등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뒷짐만 지고 있다. 경영 악화의 원인이 경영진의 무능에서 비롯됐으니 직원에게까지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식이다. 강성 노조들은 사측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며 본격 투쟁까지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9일부터 1박2일 간 서울역 앞 광장과 서울정부청사 등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구조조정 방식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우조선해양도 추가 인력감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사측에 전달했다.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와 조선노동자연대는 구조조정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적자 피해를 직원들에게 전가시키지 말라고 주장한다. 경영을 부실하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이 경영진에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부실 경영으로 엄청난 손실을 준 기업주에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우리는 일밖에 몰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사재출연 등으로 먼저 나서야 한다"며 "현대중공업스포츠 등 조선 외 불필요한 사업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은 노조의 반발에 공감한다. 경영 악화의 가장 큰 책임은 회사경영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영진과 대주주에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가 조금의 고통도 감수하지 않겠다는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용 불안이 걱정이라면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측과의 대화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2003~2005년 호황기 꾸준한 임금 상승으로 이익을 누린 만큼 어려울때는 고통을 분담할 필요도 있다. 회사의 경영을 감시하는 것도 노조의 역할인데 호황기 때 이를 간과했다는 점에서 노조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해야 회사 경영이 정상궤도에 올랐을 때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책임이 더 크다는데 동의하지만 결국 현재의 위기는 노사가 같이 만들었고 이를 회복시키는 것도 노사 공동의 몫"이라며 "노조는 처우개선만 요구하는 집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협선을 잘 찾아 노조도 화답해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반대는 오히려 부메랑이 돼 비난여론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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