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오신다길래 정책이나 예산 지원을 기대했지만 말 그대로 그냥 왔다가 가시더라구요. 게다가 의전은 어찌나 강조를 하는지 복구 작업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죠."
최근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의 현장 점검을 받은 한 기관 실무자의 말이다.
박 장관의 실적 위주, 보여주기식 현장 점검 행정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박 장관은 취임 초기인 2015년 2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현장 방문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 현장 점검 일정이 잦다. 취지는 좋다. '탁상 공론'을 벗어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박 장관의 현장 점검은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안의 경중을 따지고 치밀한 사전 준비와 방문에 따른 결과물까지 내놓아야 하지만, 이슈가 터지면 '그냥 한 번 찾아가 보는' 식이기 때문이다. 최근 용산역 앞 도로 침하 현장 방문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전날 밤 늦게 혼자 뉴스를 보다가 사건을 접하고선 아침에 부랴부랴 다른 일정까지 취소하고 현장을 다녀왔다. 문제는 '그것 뿐'이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의 현장 점검 후 안전처가 도로 침하와 관련해 특별한 정책이나 예산을 마련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서울 내부순환도로 정릉천고가도로 결함 발견 현장 방문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박 장관의 '의전'에 대한 고정관념은 현장에서 원성을 사고 있다. 해군 대장 출신인 박 장관은 은연중에 군대식 의전을 바라고 있어 안전처나 상대 기관ㆍ단체의 실무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 2주년을 즈음해 지난 4일 예정됐던 전남 완도 해상 여객선 대피ㆍ인명구조 훈련 현장 점검을 취소한 것도 논란이다. 박 장관은 주말인 2일 돌연 직원들을 불러 완도에는 해양수산부 장관도 내려간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사전 준비가 모두 끝난 완도 현장 점검을 취소했다. 대신 4~5일 이틀간 인천 앞바다에 가서 북한의 GPS 전파 교란 대처ㆍ중국 어선 불법 조업 단속 등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국민 안전보다 '안보'를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 안보가 국민 안전과 맞닿아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제2의 세월호 참사 예방'은 국민 안전과 가장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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