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남산케이블카 특별위원회 회의 결과, 각종 특혜, 불법·위법 의혹 난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의 상징물 중 하나인 남산 케이블카가 54년째 민간업체에 의해 독점 운영되면서 각종 특혜와 위법ㆍ탈법 의혹으로 얼룩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아시아경제신문이 입수한 지난해 11월10일 서울시의회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업 독점 운영 및 인허가 특혜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회의 결과를 보면 이같은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먼저 오세훈 전 시장 시절인 2009년 설치된 경사형 엘리베이터 '남산오르미'를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 시설은 남산 3호터널 준공기념탑에서 남산케이블카 주차장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개설 후부터 이용객이 크게 증가해 남산 케이블카 운영업체인 한국삭도공업(이하 삭도공업) 입장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시설의 건설 비용 10억원을 시가 모두 댔다는 것이다. 시는 당시 장애인ㆍ노약자 이동 편의 제공을 명분으로 재정 투입을 강행했다. 하지만 남산오르미는 건설 당시 뿐만 아니라 현재도 장애인과 노약자가 이용하기가 힘들다. 주변 지하철역에서 남산오르미까지 가는 길이 워낙 경사가 높아 일반인도 걸어가면 숨이 찰 정도다. 게다가 2014년까지는 남산케이블카 승강장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선 시가 엉뚱한 명분을 근거로 사업을 추진해 삭도공업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동균 위원은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이라고 하는 데 사실상 장애인이 '남산오르미' 탑승 지점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다"며 "삭도공업이 큰 혜택을 볼 수 밖에 없으므로 (시가) 요구해서 삭도공업 측이 설치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편의 증진 차원에서 시 재정으로 설치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기선 삭도공업 대표는 "남산오르미 설치시 돈을 투입할 의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시의 추진 사업을 잘 몰랐다"고 답변했다.
기업 이익 조작을 위한 분식회계가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석 위원은 삭도공업이 제출한 회계 장부를 분석한 결과 2007년부터 2013년까지 38건의 회계 프로그램상 수기 강제 입력 정황이 있고, ▲이익 잉여 누락, ▲전기와 차기 미처분 이익의 불일치 ▲ 2004년 대비 2014년 인건비 464% 증가 등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그러면서 "기업의 이익 조작은 범죄행위에 해당된다"며 "전문적인 회계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회계를 조작한 바가 없고 모범 납세상을 받은 적도 있다"며 "(대표이사 취임 전인)2012년 이전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삭도공업의 위법 행위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회의에서 우미경 위원은 "직원 숙소로 쓰는 건물이 2002년 중구시립노인정을 매입해서 사용 중인데, 건축물 대장상 여전히 시립노인정으로 돼 있어 건축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재일 삭도공업 전무는 "매입 후 용도 변경을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밖에 조사 특위 위원들을 대상으로 금품을 활용한 로비 의혹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삭도공업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시의회 남산케이블카 특위는 지난해 3월 6개월 시한으로 구성됐지만 한 차례 연장돼 오는 4월까지 남산 케이블카 공공성 회복을 위한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남산케이블카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2년 한국삭도공업이 면허를 받아 54년째 독점 영업하고 있다. 합법적인 영업이지만, 남산공원과 서울 경관이라는 공공재를 활용해 돈을 벌면서 공공 기여가 거의 없어 시가 운영권을 환수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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