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홍대 합정 건물 구입해, 청년창업 아지트로...젠트리피케이션 방지책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 해결 방안 중 하나로 대학, 지역사회 등과 교류해 새로운 창업 환경을 조성한다. 모텔은 청년들이 먹고 자면서 일할 수 있는 창업 터전으로 조성되며 높은 임대료 탓에 비었던 상가는 청년 창업가들의 일터로 거듭난다.
지난 22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촌-홍대-합정(이하 신홍합)' 지역 4개 대학(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 총장과 일자리 창출 및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울시는 신홍합 지역 창업 인프라를 보다 촘촘히 하기 위해 대학과의 연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금까지 대학은 캠퍼스 안에서만 머물렀는데 대학이 지역 사회로 나와 스타트업의 그림을 만듦으로서 대학과 지역사회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업을 통한 유지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신홍합 지역을 선택한 것은 대학가 주변이기도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인 곳이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도심 지역의 노후한 주택 등으로 이사 가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원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화여대 정문 앞 상권은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이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쇠퇴한 빈 점포 공간이 즐비한 곳으로 전락했다. 이곳을 다시 살리기 위해 5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않도록 하면서 빈 점포를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화여대 영상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박희정 데이그래피 대표는 이곳에서 사진을 도장으로 만들어주는 '커스텀도장'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박 대표는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나면 갈 곳이 마땅찮아 3년째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 이화 스타트업 52번가가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며 "아르바이트 비용,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도 돈이 남는다"고 말했다. 에코백을 제작하는 위브아워스의 대표 성주희(영어영문학과 05학번)씨는 "온라인 사이트나 쇼룸, 팝업 스토어 형태로 제품을 판매했는데 이곳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서대문구 연세로엔 기존 모텔을 리모델링한 창업모텔이 들어선다. 부정적 이미지의 모텔을 청년 창업 공간이라는 밝고 미래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지하1층부터 지상3층 25평 면적으로 25억원을 들여 서울시가 구입했다. 모텔의 기존 용도를 활용해 일과 주거가 복합적인 공간으로 재활용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번 모텔 재건축을 맡은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장은 "집과 사무실을 공유하듯 창업과 주거 공간의 복합 모델로 제시될 것"이라며 "주거 지역과 상업 지역 사이에 위치해 청년 창업에 좋은 여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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