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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의 정부' 기재부 쪼개기…확장재정 구현할 손발 어디로[새정부 정책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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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을 선언한 이재명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부처 개편의 핵심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 분리에 있다. 한 해 670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으로 '정부 안의 정부'로 군림해온 기재부의 기능을 분산하고 예산 편성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관료의 견제를 무력화시켜 예산 편성이 정치적 목적에 휘둘릴 수 있고, 국가 재정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안의 정부' 기재부 쪼개기…확장재정 구현할 손발 어디로[새정부 정책현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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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처주의 시대 끝났다…예산·정책 기능 분리

기재부 분리론은 한 부처에 기능과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기재부는 예산 편성, 경제·재정정책 수립과 총괄, 세제 개편, 외환·국고, 공공기관 관리 등의 권한을 모두 거머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산업통상자원·고용노동·보건복지 등 각 부처 고유 관할 영역이 있지만 예산을 중심으로 기재부가 각 부처를 총괄한다. '기재부 정부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과 정책 조정 기능이 한 부처에 모여 있는 방식이 개편의 핵심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획예산과 정책 조정 기능이 단일 부처에 있으면서 예산 배분이 사회정책보다 경제정책에 우선하는 편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유력한 개편안으로 예산 기능만 분리해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두는 방식이 논의된다. 국가정보원이나 감사원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방식은 예산 편성이 정치적 목적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예산 기능을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독립시키겠다는 것은 핵심 국정과제를 예산에 원활하게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경우 재정정책·관리국이나 공공정책국 등을 제외하고 국정과제를 구현할 '손발(예산 편성 인력)'만 따라가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과 함께 책임이 명확해진다는 이점이 있지만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개입할 경우 행정부 내 권한 분산 원칙이 훼손되고 표를 의식한 선심성 재정 사업들이 예산에 대거 반영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안의 정부' 기재부 쪼개기…확장재정 구현할 손발 어디로[새정부 정책현안]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미국 백악관 직속 관리예산처(OMB) 방식을 사례로 들며 기재부 예산 분리를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직속 기구인 OMB가 대통령 예산안을 마련하지만 실질적인 예산 편성 권한은 의회가 쥐고 있다. 예산권을 쥔 의회가 예산안 통과를 번번이 막아서면서 연방정부 기능이 올스톱되는 셧다운 사태를 맞거나 몇 주짜리 단기 예산안을 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만큼 의회의 연방정부 견제력이 막강하다는 의미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국정운영에서 입법부와의 권력분점이 약하고 행정부 중심으로 돌아간다. 여당이 167석의 원내 1당을 장악한 가운데 대통령이 예산권까지 직접 행사할 경우 국회의 예산 심의권은 충분히 발휘되기 힘든 구조가 된다. 관료뿐만 아니라 국회의 견제 기능까지 무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이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정책공약집에 담은 것도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처럼 기획예산처로 독립시켜 대통령 직속이 아닌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방식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민주당이 다수 법안으로 내놓은 모델과 같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9년 가까이 존속했지만 예산과 정책 조정 기능에 따른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기재부로 통합됐다. 김근세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속을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 직속으로 할 경우 예산 편성의 독립성 우려는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 손보나…잔소리꾼만 늘어난다고?
'정부안의 정부' 기재부 쪼개기…확장재정 구현할 손발 어디로[새정부 정책현안]

기재부 개편과 함께 금융정책·감독 체계도 개편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기존 금융위는 감독정책만 담당하는 이명박 정부 이전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예전과 다른 점은 금융 감독 업무와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도 얘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 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신설을 추진하는 내용의 민주당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약속하면서 감독 범위를 넓히고, 기존에 없던 검사 기능을 부여하는 등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기능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명시했다.


금융 감독을 맡는 금감원과 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금소원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기능 분리가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기능을 단일 기관이 맡으면서 업무가 서로 상충해왔다는 점에서 분리론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산업정책과 감독 기능을 한 기관이 맡으면 산업정책이 우선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면서도 "금융건전성 규제와 소비자보호 규제의 상충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분리하는 문제도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함께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바뀔 때마다 조직개편?…美·日은 어떻게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개편이 연내 이뤄지면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통합으로 기재부가 출범한 지 17년 만에 조직이 둘로 쪼개지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정권이 바뀌면서 여러 차례 쪼개졌다 합쳐지는 일이 반복돼 왔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면서 "정부조직 개편은 행정의 효율성을 넘어 정권이 핵심 과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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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잦은 개편은 정부의 안정감을 흔들고 수반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미국은 약 250년 역사에서 9·11테러 이후 국토안보부를 신설한 것 말고는 큰 조직개편이 없었고, 일본도 메이지 유신 이후 2001년 중앙성청 개편으로 대장성을 재무성으로 바꾼 것이 유일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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