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매치플레이서 '넘버 1' 자리 놓고 격돌, 매킬로이는 대회 2연패 도전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이번에는 '1대1 맞짱'이다.
그것도 '골프황제'라는 엄청난 타이틀이 걸렸다. 바로 23일 밤(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골프장(파71ㆍ7073야드)에서 개막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델매치플레이(총상금 950만 달러)다. 축구의 월드컵처럼 16개 조로 나눠 조별 예선을 치른다는 점부터 독특하다. 조 1위가 16강전부터 '서바이벌 게임'을 치러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화두는 당연히 데이의 '넘버 1 도전'이다. 2014년 이 대회 우승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빅토르 뒤비송(프랑스)이 당시 현란한 쇼트게임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23홀까지 가는 연장승부를 연출했지만 기어코 항복을 받아냈다. 매치에 유독 강하다는 이야기다. 데이는 더욱이 지난주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점이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반면 절체절명의 위기다. 데이가 포인트 0.31점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전설' 아널드 파머(미국)가 호스트로 나서는 대회에 불참하고 1주일 간 에너지를 충전한 이유다. 새해 벽두부터 현대토너먼트에서 30언더파라는 우승스코어를 작성해 출발이 좋았지만 아부다비와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강행군에 제동이 걸렸다.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컷 오프'의 수모를 당하는 등 4개 대회에서 '톱 10' 진입이 단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시점이다. 체력 저하가 집중력을 흐트려 주 무기인 '짠물퍼팅'이 말을 듣지 않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스피스의 고향 텍사스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매 대회 출발이 좋지 않았다"며 부지런히 우승 전략을 짜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피스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타이틀방어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결승에서 개리 우드랜드(미국)를 4홀 차로 가볍게 제압해 매치에 강한데다가 이달 초 캐딜락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라 실전 샷 감각을 충분히 조율했다. '크로스 핸디드' 퍼팅 그립에 대한 적응이 관건이다. 지난주 아널드파머 최종일 7언더파의 폭풍 샷으로 일단 가능성을 열었다.
이들 '빅 3'에게는 지난해 도입된 조별리그가 반갑다. 첫날부터 1대1 매치를 펼쳐 빅스타가 '매치의 희생양'이 되는 이변이 속출하면서 흥행이 적신호가 켜진 게 출발점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그러자 16개 조에 배정된 4명의 선수가 예선 3일 동안 서로 다른 3명의 선수와 3경기를 치르는 방식을 선택했다. 핵심은 1경기를 패해도 조 1위에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대목이다. 월드스타의 16강 진출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버바 왓슨과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 아담 스콧(호주) 등 올 시즌 "뜨고 있는" 선수들이 우승 경쟁에 가세했고, 2013년 준우승을 차지한 매트 쿠차(미국)가 복병이다. WGC시리즈답게 15일자 세계랭킹 기준 딱 64명만 출전한다는 점에서 사실 누가 우승해도 이상할 게 없다.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짐 퓨릭(미국) 등 2명의 결원을 대신해 65위 패턴 키자이어(미국)와 66위 토르비욘 올레센(덴마크)이 기회를 얻었다. 한국은 안병훈(25ㆍCJ그룹)이 유일하게 등판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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