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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상보] 알파고 대국, 이세돌 5번기 제2국도…어디서 졌는지도 모른 채 충격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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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반 상황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두번째 위대한 게임이 시작됐다. 10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제 2국이 포문을 열었다. 어제 충격의 1패를 당한 이세돌은 만회를 노리고 있다. 인간 최강의 프로기사가, 인류의 최첨단 지능의 진화된 수를 이길 수 있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돌을 바꿔 알파고의 흑으로 시작된 2국에서, 알파고는 대국 선언 5초 뒤 우상귀의 화점에 착점했다. 이세돌 9단은 백을 쥐고 이에 응하여 화점에 놓았다. 전날엔 소목 포석을 펼쳤던 이세돌이었다. 그러자 알파고는 1분30여초 '생각'을 하다가 3수를 좌상귀 소목에 놓았다. 긴장감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양 화점 포석은 실리와 세력 모두의 균형을 맞추는 전법이며, 소목 포석은 실리에 비중으로 두는 전략이다. 어제 알파고는 양화점 포석으로 이세돌을 이겼다. 지난 10월 판후이(유럽챔피언)와 대국할 때에도 다섯 판 모두 화점 포석을 펼친 바 있다.

[생생상보] 알파고 대국, 이세돌 5번기 제2국도…어디서 졌는지도 모른 채 충격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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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파고가 소목으로 포석한 것은, 그래서 새롭게 느껴진다. 어떤 전략을 펼쳐 이 대국을 풀어갈 것인지 인공지능의 '꿍꿍이'에 인류 관객 모두가 바싹 긴장하는 판이다. 소목 포석으로 보건대, 상당히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전투를 벼르고 있을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마침내 13수째 알파고는 놀라운 수를 내놓았다. 알파고는 우하귀에서 정석으로 전투를 펼치다 갑자기 손을 빼고 상변에 '중국식 포석'으로 공략에 들어갔다. 바둑 TV의 김성룡 9단은 탄성을 내질렀다. "어!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입니다." 이세돌 9단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깊이 장고에 빠졌다. 이윽고 좌변을 갈라쳐 응수했다.


이후 알파고의 37수는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듯한 전투였다. 오늘 알파고가 선택한 착점들은 인간이 '처음 보는' 수들이었다. 이세돌 9단 또한 치열한 응수를 하고 있으나 난투극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40수까지 거듭 몰아붙이는 인공지능의 기세. 둘쨋날 또한 호락호락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40수까지 진행된 시점에서 알파고의 흑은 확정가가 35, 두터움 36, 이세돌의 백은 확정가 42, 두터움 21로 분석돼 호각지세였다.


하지만 알파고가 모양을 나쁘게 두면서 불리해지는 형세를 보였다. 55수까지 진행된 시점에서, 흑은 불리해졌다. 이세돌이 그의 주특기인 위기 타개 능력을 보여주었다. 오늘은 어제와 달라 보였다. 제대로 그의 장기를 드러내는 끊어치기가 제대로 먹히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다시 도발이다. 61수에서 알파고는 다시 상대를 긁는 수를 두었다. 상변 모양을 넓히면서 중앙 쪽과 힘을 합치는 것을 염두에 둔 묵직한 수다. 이세돌은 얌전하게 응수했다. 지금의 형세가 괜찮기에 굳이 무리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2 중반 상황


오늘 이세돌은 아직까지 단 한 수도 실수가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부분전에서 알파고의 실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경기를 경영하려고 작심한 듯 하다. 2선으로 젖히면서 선수만 활용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잠시 국면이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 했다. 이후 알파고는 65수로 젖히고 67수로 못을 박았다. 좌변 흑을 그냥 뒤도 백이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상변을 지킨 것이다. 물론 우상귀에선 살기 어렵기에 상변 왼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 뿐이다. 우상귀는 한 점 잡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백은 70수와 72수로 한 점을 잡았다. 흑이 71수 이후에 상변 귀를 보강해주지 않으면 귀에서 살 수 있는 판이다. 백이 안정감을 찾았으며 집도 제법 크다. 손을 빼면 귀를 탈취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평소의 이세돌 스타일이라면 중앙에 있는 약한 흑 대마를 선공하고 나섰을텐데 안정감을 중시하는 오늘은 어떻게 할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흑의 73수까지 현재 형세를 살펴보면, 흑이 상변에서 35집 이상을 만들어야 계가이다. 중앙의 흑의 세력이 약해 약점을 파고들기만 하면 백이 유리한 바둑이라고 전문가는 평가한다.


이세돌은 좌상단에 80수를 둬서 특공대를 투입했다. 그런데 알파고는 직접 공격하지 않고 성동격서로 81수를 둔다. 거의 망설이지 않고 바로 둔 수였다. 인공지능다운 선택이었다고 할까. 백은 이제 침투한 백 한 점을 수습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패싸움이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참고로 어제 대국에서는 한번도 패싸움이 없었다. 상당히 인간적인 '선택'이 필요한 패싸움을 어떻게 알파고가 해나갈지 궁금하지만, 과연 알파고가 '패'에 덤벼들지 알 수 없다. 이전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패싸움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제도 좌하변에서 패를 피하고 살아났다.


이후 백 84수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상변에 침투한 백 3점의 사활이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말들이 죽으면 이세돌은 다시 패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늘 백말은 다른 곳에 약한 곳이 별로 없어서 가운데 말이 쉽게 죽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세돌이 자신있게 중앙으로 뛰어나온 것도 그런 뱃심일 것이다. 이때 흑은 85수로 두텁게 만들어 상변을 공격하겠다는 뜻을 보인다. 백 3점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다. 흑 91은 알파고가 공격의 깃발을 올린 수다. 그러나 흑이 끼우면서 패착이 될 위험을 감수했다. 인간이라면 이렇게 하기는 어렵다. 중앙을 이으면 흑이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난조를 보이는 것일까.


여기서 관심은 이세돌이 한 점을 이을 수 있느냐이다. 이으면 백이 우세한 거고 못 이으면 형세가 서로 아슬아슬해진다. 먼저 이세돌은 98수로 뛰었다. 흑이 이를 받으면 그때 잇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상변 한 점 살리는 것과 우상귀 삼삼에 들여다 보며 사는 것을 맞보기로 하면, 백은 대마를 확실히 수습하는 게 필요하다. 우상귀까지만 손이 온다면 이세돌은 승리가 확실해진다.


#3 막판 상황


알파고의 101수. 상변의 백은 흑이 끊어 잡았다. 전체적 형세를 보자면 흑이 우상귀를 지켜야 계가가 가능한 형국이다. 알파고는 중앙에서 버티고 있다. 선수를 잡기 위해 치열한 상황이다. 이제부턴 누가 수읽기에 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102수에서 이세돌은 간명한 선택을 했다. 이렇게 해도 이긴다는 계산이 나온 것일까. 중앙을 뚫고 나와 백은 수습을 했다. 집도 약간 얻었다. 이제 계산서는 나온 듯 하다. 흑은 중앙 빵때림을 했지만 백은 모양 좋게 뚫고 나왔다. 둘 다 모양이 살았다. 알파고 109수도 빼어난 착점이었다. 백이 집 만드는 걸 견제하면서 공격도 멈추지 않았다. 컴퓨터는 계산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너무나 인간적인 직관의 감각 또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계산서를 이미 뽑아놓고 있기에 고도의 수읽기에 따른 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세돌 110수, 112수의 착점은 훌륭했다. 중앙의 대마를 안전하게 살려내고 우상귀만 유지하면 이제 승리가 보이는 상황이다. 흑이 중앙에 손을 댔으나 이세돌은 응수하지 않았다. 흑도 더 이상 공격은 어렵다고 봤는지 중앙에서 손을 뺐다. 중앙 백에 대한 공격이 없으면 흑이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흑은 한 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백이 크게 이득을 본 셈이다. 먼저 들여다보지 않고 젖힌 것이 좋았다. 이제 승리가 보이는 상황이다. 지금의 형세라면 무난히 이길 것으로 보인다.두텁게 집바둑으로 둔 것이 유리했던 것 같다. 이세돌은 중앙을 받지 않는 대신 우상귀를 두었다. 거기 집이 더 크다는 판단이 나왔을 것이다. 우상귀에서 이득 보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우상귀를 넘어가면 20집은 된다.


알파고는 중앙의 백돌 다섯 점을 잡았다. 이제 판이 좁아지고 있다. 알파고는 막판으로 갈수록 실수가 없어지는 괴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 끝내기에 돌입했다. 알파고의 수 또한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오늘 또 절감한다. 흐름이 백쪽으로 왔다는 판단을 했으나 흑이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반전의 기회를 노렸으나 이젠 승부처가 별로 없었다. 오늘은 이세돌이 알파고의 '간'을 본 것도 아니고 방심한 것도 아니었다. 딱히 심각한 실수도 찾기 어려웠다. 젖 먹던 힘을 다해 오직 이기기 위해 바둑을 뒀지만, 결과는 이렇게 나왔다. 어디서 잘못 둔 것인지도 모른 채 지고 말았다. 이세돌은 오랫동안 망설이다 돌을 던졌다. 어제에 이어 불계패였다. 거듭 이겨낸 알파고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나. 두뇌는 인공지능에게 왕관을 내줘야 하나. 인간 바둑이 참담한 패배를 다시 맛본 뜨겁고 힘겨웠던 하루였다.






손현진 기자 free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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