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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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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봄이 오는 소리 류정민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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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山寺)의 '풍경(風磬)'에도 봄의 기운이 담겨 있다. 처마 밑에 매달인 '작은 종'은 은은한 울림을 내뿜는다. 겨울의 풍경 소리에 경박함이 묻어 있다면 봄기운을 가득 담은 풍경은 맑고 잔잔하다.


마루에 걸터앉아 풍경 소리를 감상하면 마음은 평온해진다. 몸에 쌓인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가끔은 삶의 '쉼표'가 필요하다. 바쁘게만 살아가다 보면 계절의 변화에도 무감각해진다. 언제 계절의 변화를 느껴봤는지 생각해보자.

대부분 눈에 보이는 변화에서 답을 찾지 않을까. 두꺼운 외투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을 때, 봄 청소를 하며 묵은 먼지를 털어낼 때가 바로 그런 경우다. 어쩌면 달력을 한 장 넘기면서 봄이 왔음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봄이 왔음을 느끼면 다행인데 무덤덤하게 시간을 보낸 뒤 무더운 여름을 맞이할 수도 있다.


계절의 변화도 느끼지 못하는 삶은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다행인 것은 아직 2월의 달력을 넘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도 지났고, 초목에 싹이 튼다는 우수(雨水)도 이미 지났지만, 3월까지는 며칠 남았다.

어쩌면 지금이 봄이 오는 소리를 경험할 적기인지도 모른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지만 올해만큼은 특별히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해 보는 거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여행이다. 물론 봄의 전령사인 유채꽃과 개나리를 보고자 남쪽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 걱정에 허덕이면 여행은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거창한 여행 계획이 아니더라도 봄의 기운을 느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봄이 오는 소리를 경험하고 싶다면 근교 산을 찾는 게 더 좋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딱딱한 아스팔트를 벗어나 땅의 부드러움을 느껴보면 기분부터 달라지지 않을까.


제법 힘찬 물소리를 내는 개울을 만나면 계절의 변화를 귀로 체험할 수도 있다. 화창한 날을 골라 그곳을 찾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봄비 내리는 날의 산행이 더 매력적인지도 모른다. '툭툭….' 모자와 배낭 그리고 땅에 떨어지는 봄비 소리를 감상하며 산길을 걷는 것도 꽤 운치 있지 않은가.


삶의 활력을 안겨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재미없다고 푸념하기보다 무료한 삶을 깨우는 '자극'을 경험해보자. 그 자극이 겨우내 잔뜩 움츠린 몸과 마음에 봄기운을 듬뿍 안겨줄지도 모른다.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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