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초동여담]지부극간 vs 인지상정

시계아이콘01분 00초 소요

[초동여담]지부극간 vs 인지상정 전필수 증권부장
AD

"천자에 간쟁하는 신하 일곱이 있으면, 비록 자신이 도(道)가 없다 할지라도 그 천하를 잃지 않는다(天子有爭臣七人 雖無道 不失其天下)."


'효경(孝經)'에 나오는 이 글귀는 지난주 정가에서 화제가 된 '성호사설-간쟁하는 일곱 신하'의 원전이다.

성호사설의 저자인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은 신하들이 감히 간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도리어 노여움을 사지 않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금이 미리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이는 통로를 활짝 열어 놓는다면, 천하 사람들이 임금을 찾아와 가슴 속에 품은 식견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고 간언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익은 이런 이유로 임금이 간언하는 신하가 없음을 근심하는 것은 논밭이 있으되 곡식을 심지 않음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인터넷 시대를 넘어 모바일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소통'이 문제가 되는 시대다. 요즘 리더들은 경쟁을 하듯이 소통을 강조한다.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체 사장들도 "내 방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들어와 얘기하라"고 기회될 때마다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리더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조직원은 드물다.

효경처럼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논어(論語)'에는 "임금을 섬김에 너무 자주 간언하면 욕을 보게 되고, 벗을 사귐에 너무 자주 충고하면 소원해 진다"는 말이 나온다. 임금에게 간언을 해도 듣지 않으면 그만둬야 일신의 화를 면할 수 있고, 친구에게도 충고를 하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만둬야 친구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친구에게도 바른말을 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윗사람에게 바른말을 하는 것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조선의 대간들이 도끼를 곁에 두고 (도끼에 맞아) 죽을지언정 물리지 않는다는 '지부극간(持斧極諫)'의 자세로 간언했다고 하지만 이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자조차 도(道)로써 임금을 섬기되 안 되면 그만두라고 말했을 정도인데 보통 사람에게 '지부극간'의 자세를 바랄 수는 없다.


공자는 자신의 제자인 '남용'이 나라에 도가 있으면 쓰일 것이요, 도가 없더라도 형벌은 면할 것이라며 자신의 조카를 시집보냈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제자에게 조카를 맡긴 셈이다. 이게 '인지상정'이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