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생물·독소무기금지협약 위반” 규탄
2년 전 옥중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치명적 독극물에 중독돼 숨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스웨덴 5개국이 14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나라는 나발니의 시신에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중남미에 서식하는 독화살개구리에서 발견되는 독소인 '에피바티딘'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에피바티딘은 야생의 화살독개구리에게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독으로,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 독은 신경에 작용해 호흡곤란과 경련, 발작, 심박수 감소를 유발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 물질은 러시아에서는 자연적으로 발견되지 않는다고 이들은 부연했다. 각국은 러시아가 나발니 사망 원인을 '자연사'로 주장해왔지만, 에피바티딘의 강한 독성과 보고된 증상 등을 고려하면 중독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또 나발니가 구금 상태에서 숨진 점을 들어 "러시아는 이 독을 투여할 수단·동기·기회를 모두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 대규모 반크렘린 시위를 주도해오던 나발니는 법정 모독, 극단주의 등 혐의로 19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있다가 2024년 2월 16일 갑자기 사망했다.
‘푸틴은 살인자’ 현수막 든 獨 시위대 - 2024년 2월 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인근 거리에서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푸틴은 살인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4.2.19 베를린 로이터 연합뉴스
당시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산책 후 몸이 안 좋아져 자연사했다"고 발표했지만, 나발니의 아내인 율리아 나발녜아는 남편이 독살당했다며 푸틴 대통령을 비난했다.5개국은 러시아가 국제법과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반복적으로 무시해왔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번 사건은 생물·독소무기금지협약(BTWC) 위반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5개국 상주대표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협약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고 했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성명에는 러시아가 "모든 화학무기를 폐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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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도 X(엑스·옛 트위터)에 "남편이 에피바티딘에 중독됐다는 것을 유럽 5개국 과학자들이 입증했다"며 "이 독은 마비와 호흡정지를 일으킨다"고 적었다. 그는 "처음부터 독살을 확신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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