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우리나라 상위 20대 그룹 계열사 3곳 중 1곳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 수도 해마다 늘고 있어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KIET) 하준 산업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10일 발표한 보고서 '기업 부실화 실태와 신속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하 연구위원은 "대기업집단 내부에 심각한 기업부실화 문제가 존재하며 저성과 계열사들을 상시적으로 재편하는 선제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상위 20곳(공기업 제외)을 조사한 결과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부실징후기업의 비율이 2014년 37.0%로 2010년 25.6% 이후 해마다 늘고 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자보상비율이 100%가 안 된다는 것은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반면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상이면서 부채비율 하락, 매출액 증가 등의 조건을 갖춘 양호기업의 비중은 2014년을 기준으로 23.8%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매출은 부진해도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기업(전체 대기업 계열사 기준)의 비중은 2014년 16.2%로 2013년 16.8%보다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 연구위원은 "매출 부진이 지속하고 이자율이 상승하면 결국에는 수익률이 감소하고 이자보상비율이 악화하면서 부채비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대기업의 구조조정 이슈가 시급하다는 평가다. 대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13년 0.6%에 이어 2014년에는 -1.6%를 기록해 중소기업보다 악화 정도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 이들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여파도 크다.
하 연구위원은 "기업의 부실화로 한계기업이 증가하면 전체 산업 차원의 수익성 하락 및 경쟁력 약화가 초래되고 자금을 제공한 금융기관의 건전성까지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촉진하는 법률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관련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의 자발적·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내용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 보고서는 부실기업 정리에 관여하는 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도 전문성을 발휘할 체제와 인력을 갖추는 등 현황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최근 급속하게 진행되는 일부 대기업의 지분변동 및 합병 등에 대해서는 "과연 신성장동력 구축을 위한 사업재편이나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고 있는지 아니면 기업 집단 승계와 3, 4세들 사이의 영역 나누기에 치우쳐 있는지 명확히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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