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되면 인터넷은행 사업 동시 준비하는 한투, 자금 운신의 폭 넓어질 듯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시작되면서 KDB대우증권 인수 후보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 국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 한도를 종전 4%에서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인터넷은행과 대우증권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대우증권 인수에 쓸 수 있는 자금에 있어서 운신의 폭을 넓혀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은 카카오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준비중인데 현재 은산분리 규제 하에서는 한국투자금융이 컨소시엄 지분의 50%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카오가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투자금융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쓸 자금 부담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대우증권 인수에 보다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초기 설립 자본은 3000억~5000억원으로 50%를 출자해도 큰 부담은 아니지만 문제는 설립 이후 자본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한국투자금융이 인터넷은행 사업에서 부담할 자금이 줄어들고, 대우증권 인수 자금 마련이나 인수 이후 자본 확충에 있어서 보다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한국투자금융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인터넷은행으로 자금력을 분산해야 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은산분리 규제 하에서는 한국금융투자가 인터넷은행 지분의 50%를 확보해야 하고, 이는 추가 출자시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야당의 반대가 확고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 모두 논란이 큰 법안을 처리하는 데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전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투자금융이 대우증권 인수 자금 확보에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투자금융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1500억~2500억원 수준인데 대우증권 인수 자금도 동시에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앞서 KB금융지주가 1000억원 차이로 NH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을 빼앗긴 사례가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차입매수(LBO)를 활용할 수 있어 한국투자금융, 미래에셋증권, KB금융 3사 모두 인수 자금 확보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국투자금융측은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더라도 대우증권 인수에 미칠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보유 현금과 회사채 발행, 차입, 한국투자금융의 자금 지원 등을 활용해 인수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 후 자금 확충 계획을 마련했으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여부가 대우증권 인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놓고 후보자들이 동상이몽인 상황"이라며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어느 증권사든 업계 1위로 도약하는 만큼 인수 후보자간 득실 셈법과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