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3대 조선사 노동조합이 20일 공동파업을 결의했다. 사측이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파업은 노조의 권리이다. 회사와의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에 놓이면 당연히 파업이라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하는 법이다.
이들 조선사들의 평균 연봉은 7000만~8000만원대다. 여기에 웬만한 회사 직원은 꿈도 꾸지 못할 복지혜택까지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 올 2분기 이들 조선 3사가 기록한 적자 규모는 무려 4조7500억원에 달한다. 헤아려보기도 여의치 않은 어마어마한 적자 규모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데다 사업 비중이 높은 해양플랜트 관련 손실이 확대되면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에만 각각 3조원과 1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두 조선사 모두 분기 기준 가장 큰 손실 규모다. 현대중공업 또한 지난해 3조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2분기에도 17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013년 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조선 3사는 올 하반기에도 1조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회사의 존립이 불투명한 상황인데도, 조선 3사 노조는 임금을 더 올려달라며 떼를 쓰고 있다. 항해중인 배가 암초를 만나 침몰 직전인데 그 배에 올라탄 선원들은 배가 가라앉는 위기상황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본인 잇속만 채우겠다며 연신 싸움에만 열중하는 꼴이다. 싸움만 하다보면 침몰은 불가피하다. 배는 물론 선장, 선원 모두 수장된다. 노사가 힘을 합쳐도 험한 파고를 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의 무리한 투쟁이 회사를, 더 나아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조선업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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