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국민은 물론 재계에서도 반응은 차가웠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준비한 원고를 차분히 내려가는 동안 국민들의 귀는 그에게 쏠려 있었다.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었다. 그룹 경영권분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해명이 수 많은 보도를 통해 공개된 내용을 확인한 수준에 불과한 데다 정부와 언론, 정치권 등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롯데는 한국기업이다"라는 점만 부각시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A기업 관계자는 "역효과 날 것 같다"며 "가족간 어떠한 양보나 협상도 없는 상황으로 불편한 한국어만 부각됐다"고 혹평했다. B기업 관계자도 "한국말이 서툴러 알아듣지 못한 상황에서 간결하게 말하지 못해 오히려 반감이 들었다"며 "길고 긴 사과였는데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아들들의 재산싸움'이라는 인식도 벗지 못했다. C기업 관계자는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끝난 듯한 분위기를 전달했지만 결국 남은 건 소송뿐"이라며 "국내 소비자 잡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애정이 담긴 비판은 다행이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김 모씨는 "이번 기회에 재벌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벗고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의 자영업자 박 모씨 역시 "형제간의 재산다툼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대국민 사과를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대국민 사과에서 나타난 반롯데 감정에 대해 이제 롯데가 화답해야 한다. 애정어린 비판에도 해답을 내놔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신 회장과 롯데그룹에 대해 잘못된 경영행태와 소유ㆍ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롯데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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