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유행에 전국 대학생 농활 취소·연기사례 잇따라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고령화와 최악의 가뭄 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농촌지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대학생들의 농활까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 농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25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에 따르면 최근 메르스 유행이 시작되면서 여름철 진행되는 '농민학생연대활동(농활)'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최하는 기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농활은 통상 각 대학의 기말시험이 끝나는 6월 말부터 7~10일간 진행된다. 전농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주최하는 농활에는 평균 80여개 대학 학생회 등이 참가, 50~60개 시ㆍ군에서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농민들을 돕곤 했다.
하지만 올해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6월 말 예정대로 농활을 추진하겠다는 곳은 10여개 대학 학생회에 그치고 있다. 인원도 적은 데다 메르스 유행지와 떨어진 영남지방으로 농활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날 경상북도 안동시로 농활을 떠나는 설동연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장은 "갑자기 터져나온 메르스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다"면서 "농활지역이 메르스 유행지와 멀리 떨어진 만큼 지역농민회ㆍ보건소와의 논의를 통해 예정대로 진행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농촌지역은 고령자 비율이 높아 혹시나 모를 감염 우려에 농활을 취소ㆍ연기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4일 기준 메르스 사망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81%에 달한다.
최석환 전농 대외협력국장은 "당초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농활을 추진하기로 했었지만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농촌에 메르스 위험군인 어르신들도 많은데다, 농활 참가인원 중 70%가 메르스 유행지인 수도권 출신이어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부가 '메르스 관련 학교 대응지침'을 통해 메르스 유행기간 내 단체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에서는 이에따라 학생회에 농활 등 단체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각 대학들은 6월 말로 예정했던 농활을 취소하고 예년보다 늦은 7월 말~8월 초순으로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농활이 늦춰지더라도 참가인원은 크게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태우 한대련 연대사업국장은 "당초 올해 예상된 농활인원은 약 80개 대학 5000여명 수준이었지만, 메르스 이후 인원이 대폭 줄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8월까지 연기하더라도 농활 참가인원이 약 2500명~30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