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8651억8500만엔과 1조8384억5000만엔.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 자동차가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와 2013회계연도에 벌어들인 순이익 규모다.
2013년 말 디플레이션 탈출 기치를 내건 자민당이 정권을 되찾고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가동되면서 2013회계연도 도요타 자동차의 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15% 폭증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도요타는 2014회계연도 순이익이 2조1300억엔까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엔저'다. 엔화 약세는 도요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켜줬고 도요타는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전 달러당 90엔선에 머물던 달러·엔 환율은 현재 달러당 120엔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7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엔화는 추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은 아직 물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어 부양책을 거둬들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 운용 기준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에 0%(소비세율 인상 효과분 제외)로 떨어졌다.
엇갈린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른 캐리 트레이드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BOJ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이 엔화를 빌려 해외에 송금한 자금 규모가 지난해 7월 이후 매달 9조엔을 넘고 있다. BOJ가 양적완화 확대를 발표한 직후였던 지난해 11월에는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10조2000억엔의 자금을 빌려갔다. 지난 1년간 엔화를 차입해 달러 자산에 투자해 거둔 수익률은 2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엇갈린 미·일 통화정책에 엔 캐리 트레이드까지 부활하면서 추가 엔 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시오노 다카시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연말에 달러당 127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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