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에게 직접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했던 여성 승무원이 미국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발생 장소가 미국인 점과 미국 법원으로 사건을 가져갈 경우 손해배상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현지시각) 외신 매체 등에 따르면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 승무원 김도희씨가 뉴욕 퀸즈 법원에 회사와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의 소송으로 '땅콩 회항' 관련 재판은 이례적으로 미국과 한국 법원 두 곳에서 다뤄지게 됐다.
김씨는 뉴욕 퀸즈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변호인인 앤드루 J. 와인스타인은 성명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은 "절제되지 않은 오만함"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항공이 조 전 부사장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김씨에게 거짓 진술을 하고 조 전 부사장과 화해하는 장면을 연출할 것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소송 제기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아직 소장을 받지 않아 언급할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승무원은 이달 18일까지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대한항공이나 조 전 부사장이 피해자들로부터 미국 법원에 피소될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한국 공항이 아닌 미국 공항에서 폭언과 폭행이 이뤄졌기 때문에 발생지 기준으로 볼 때 미국에서도 소송이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서 운항하는 여객기는 대한민국 국적기이기 때문에 발생 장소와 상관없이 한국 검찰이나 국토교통부가 수사나 조사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러나 미국 역시 조사 권한을 갖는다.
램프리턴(비행기를 탑승구로 되돌리는 것) 당시 기장이 그 사유와 기내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 미 연방항공국(FAA)은 대한항공 측에 추가적인 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고 판단될 경우 미 수사당국이 나설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김씨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수사당국이 나서 조사를 하게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이미 한국에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돼 최종 형량이나 선고 결과가 미국에서 진행될 소송 결과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JFK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20여분간 승무원 김씨와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 등 난동을 부리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것)을 지시해 박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전 부사장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땅콩 회항'을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은 사건”이라며 조 전 부사장에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 적용된 5개 혐의 가운데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업무방해 및 강요 등 4가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조 전 부사장과 검찰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쌍방항소한 상태다.
지난 1월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씨는 법정에서 울먹이며 "대한항공 측이 어머니를 통해 교수직을 주겠다고 회유한 사실이 있으며 조 전 부사장의 진정성 없는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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