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지난 주말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4개월 더 연장하기로 합의한 그리스가 23일(현지시간) 국제 채권단에 경제개혁안을 제출하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다.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지난 20일 구제금융 연장에 합의함에 따라 다음 절차를 위한 경제개혁안 초안을 마련했다. 23일 초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듬어 최종안을 채권단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혁안은 23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일명 트로이카의 평가를 받는다. 만약 개혁안이 그리스의 경제상황을 개선하는데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 승인에 실패할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24일 브뤼셀에서 만나 이를 다시 평가한다. 여기에서도 개혁안이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그리스는 28일부로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만료되고, 더 이상의 외부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없다.
FT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개혁안 초안을 좀 더 구체화해 제출하겠지만 개혁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초안을 접한 한 그리스 관료는 초안 내용이 여전히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채권단의 승인을 이끌어내기 부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초안에는 구조적 틀만 잡혀있을 뿐 구체적인 세금 확보 및 예산 지출 예상액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내부적으로 이번 구제금융 연장 합의를 설득시키는 데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유럽의회 최연로 의원인 그리스 좌파정치인 마놀리스 글레조스는 정부가 당초 공약과는 달리 기존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이 그리스 국민들을 기만한 행위라며 정부가 사과와 해명에 나서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물고기(fish)'를 '고기(meat)'라고 이름만 바꾼 격"이라면서 "'트로이카(troika)' 대신 '기관들(institutions)’을, '각서(memorandum)' 대신 '합의(agreement)'를, '대출자들(lenders)' 대신 '파트너들(partners)'로 이름만 바꿨을 뿐 기존 상황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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