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4개월 동안의 '멈춤' 버튼이 눌러졌지만 진짜 그리스 사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합의에 대해 21일(현지시간) 이같이 평가했다.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모두 한발 물러서서 일단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더 많다는 의미다.
◆협상 타결에도 우려 여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전날 그리스 및 국제채권단과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4개월간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이로써 그리스는 새협상 타결까지 유동성을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숨을 돌릴 수는 없다. 그리스 정부는 당장 23일까지 현행 구제금융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한 개혁 정책들을 채권단에 제출해야하는 등 과제가 많다. 그리스가 제출할 개혁 정책들에는 탈세와 부패척결, 공공행정 투명화 등의 조치들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개혁 정책들이 현행 구제금융 조건과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분할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리스는 개혁 정책을 우선 합의하면 6월 말을 목표로 추진하는 새 협상에서는 국가채무의 상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다. 국제채권단이 이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한폭탄 시계 째깍째깍=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역시 자국의 시련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자국 TV에 출연해 "우리는 전투에서 이겼지만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긴축을 끝내기 위한 중요한 발검을 내딛었지만 진짜 어려움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전날 유로그룹과의 회의에 대해 "유럽이 맹목적인 처벌과 굴복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과 타협의 장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하지만 대화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협상 타결 소식에도 그리스의 경제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20일 하루 동안에만 그리스 은행권에서 10억유로(약 1조2542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그리스를 떠난 투자금은 200억유로에 달한다.
그리스 신민당 출신인 게오르기오스 키르조스 유럽의회 의원은 가디언 일요판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정부는 당장 4개월이란 시간을 벌었지만 시한폭탄은 터지게 마련"이라서 "그리스 신임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유로그룹과 ECB, 독일은 물론 스페인, 포르투갈 등 모든 이들을 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정부는 결국 부채를 갚지 못할 것이며 약속한 프로그램들을 모두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구제금융을 계속 이행해야하는 것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그리스 신임 정부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또 다른 선거를 치러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BBC방송 역시 긴축종료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내걸고 당선된 그리스 정부가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정부의 입장에서 4개월의 협상 시간을 벌었고 당장 유로존을 떠날 우려가 줄어들었다는 성과를 거둔 반면 이것이 매우 제한적인 성공에 그친 것은 한계라고 BBC는 분석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