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가 9개월째 하락세를 이었다. 수입물가가 아홉 달 연속 하락한 것은 걸프전이 있었던 1990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1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2010년 100 기준)는 91.28로 한 달 전보다 0.8% 하락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7.9% 내렸다.
수입물가는 올해 3~6월에는 원·달러 환율 약세에 떨어지다가 7월부터는 국제유가가 바닥으로 주저앉으면서 약세가 지속됐다.
수입물가가 9개월째 내려간 것은 1990년 12월에서 1991년 8월 사이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걸프전으로 급등했던 유가가 수요 부진으로 큰 폭으로 내려앉아 수입물가를 끌어내렸다.
최근 국제유가하락은 미국 셰일가스 생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등 공급 측 요인에 수요부진 영향까지 점차 강해진 데 따른 것이다.
김민수 한은 경제통계국 과장은 "세계적인 원유 수요 감소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 감산과 같이 공급 측면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물가의 하락은 업종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과장은 "난방, 연료, 공장가동업체에겐 도움이 되지만 원유를 수입해서 가공한 다음 판매하는 석유정제업체에 마진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이나 정유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면서 "소비자물가에 줄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지난달 국제유가는 배럴당 77.09달러로 한 달새 11.2%나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탄 석유제품 수입물가가 6.3% 떨어졌고, 광산품도 4.4% 내렸다.
품목별로는 부탄가스(-19%), 프로판가스(-14.3%), 자일렌(-10.6%), 페놀(-9.2%), 스티렌모노머(-10.9%), 프로필렌(-4.3%), 톨루엔(-12.9%)등의 낙폭이 컸다.
달러화 등 계약통화(수출입 때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통화)를 기준으로 한 수입물가도 전월보다 3.3% 하락했다.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88.64로 원·달러 환율이 오른 영향으로 전월보다 1.3% 올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2.1% 하락했다. 원·달러환율이 10월 1060.28원에서 11월 1095.1원으로 오른 영향이 컸다.
품목별로는 휘발유(-7.5%), 벙커C유(-6.3%), 나프타(-6.9%), 제트유(-2.0%), 정제혼합용원료유(-4.3%), 에틸렌(-12.5%), 프로필렌(-10.2%) 등 석탄석유 화학제품의 낙폭이 컸다. 반면 냉동어류(5.1%), 장갑(5.9%), 순합성섬유직물(3.2%), 가공우피(3.9%) 등은 오름폭을 보였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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