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표된다면 장외투쟁 않겠다"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대로라면 차기 전당대회는 국민들의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 할 거예요. 식상한 계파정치의 투석전을 누가 궁금해 하겠어요. 차라리 스포츠나 예능을 보지."
내년 2월8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새로 뽑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전대)를 두고 한 이야기다. 당에 쓴 소리를 곧잘 하는 김영환 새정치연합 의원(59)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김 의원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차기 전대는 거친 계파정치로 갈등할 것이 아니라 노선으로 싸워야 한다"며 전대의 분위기가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 구도로 흐르는 데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새정치연합의 차기 전대다. 친노계 수장인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느냐 여부에 이목이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4선 의원인 김 의원은 "당의 노선을 지키고 3년 후 우리 당이 집권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현재로서는 최고위원이 아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스스로도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 의원이 출사표를 마다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극단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장외투쟁을 하지 않겠습니다. 시청 앞에 가서 노숙하고 단식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초이노믹스'에 대한 반대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왜 우리 당이 '안보가 소홀한 정당'으로 비치는 것입니까. 박근혜 정권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도해서 집권하겠다는 생각 말고 우리도 반성하고 칭찬할 건 칭찬하고 다음에 우리가 집권해야 합니다. 더 강한 투쟁은 어디에서 오는가, 방법이 아니라 더 강한 국민의 지지를 얻을 때만이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 의원은 전대 현장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소견 발표를 하겠다고 했다. 그가 당 대표에 출마하려는 진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설령 당 대표에서 떨어질지언정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짚어주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는 듯 했다.
'문재인 불가론'에 가장 앞장선다는 여론을 의식해선지 김 의원은 "진의는 그게 아니다"며 "문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출마의 결과가 문 의원 본인과 당에 이롭지 못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라며 "과거 김두관 경남지사가 지사직을 포기하고 대선 경선에 나왔을 때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있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대권 주자로 꼽히는 문 의원의 정치적 미래'와 함께 '전대 이후 당이 계파주의 늪에 빠져 허덕일까'였다.
상황이 어찌 됐든 선수가 링에 오르는 것은 선수의 마음이다. 하지만 그는 선수가 스스로 게임의 룰을 정하는 상황에 대해선 "옳지 않다"고 못 박았다. 김 의원은 "선수가 경기 규칙을 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공정이고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다"며 "당권 주자는 비대위원을 사퇴해야 하고 비대위원을 계속하려면 당권 불출마 입장을 서둘러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문 의원을 포함해 박지원ㆍ정세균 의원 등 이른바 전대 '빅3'를 겨냥한 발언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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