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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 폭격, 日 재계도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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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 환상'에서 깨어나야…내수기업·서민경제 다 죽는다

엔低 폭격, 日 재계도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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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일본 재계에서 '엔저 양극화' 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 같은 일부 수출 대기업만 엔화 약세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급등, 소비 위축으로 내수 기업이 받는 타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발표하기 전 달러당 108엔이었던 엔화 가치는 17일 7년래 최저치인 116엔까지 내려갔다. 최근 한 달 사이 엔화는 8% 급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통화 가운데 엔화보다 더 떨어진 것은 러시아의 루블(-14%)밖에 없다.


엔화 급락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대기업들에 득이 되는 건 분명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는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순이익 전망치를 최근 2조엔(약 18조9098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1937년 창사 이래 최대치다.

그러나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순익 호조가 일본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비판했다.


일본 신용조사업체 도쿄쇼코리서치는 지난 1~9월 엔화 약세에 따른 비용 증가로 파산한 기업이 무려 214개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것이다.


엔화 약세가 수출 기업 모두에 득이 된다는 생각 역시 오산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 소니는 매출의 75%가 해외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소니는 엔화가 달러당 1엔씩 떨어질 때마다 영업이익이 30억엔씩 준다고 밝혔다. 수출 비중이 높은 디지털 카메라와 이미지 센서 부문 등의 실적 호조가 스마트폰 같은 다른 부문의 손실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소니의 요시다 겐이치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본은행의 양적완화가 경기회복 면에서 도움이 된다"면서도 "그러나 사업구조상 엔저만 놓고 보면 오히려 소니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항공업계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유가보다 엔화가 더 빠르게 떨어지면서 기름 값 하락의 이득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항공(JAL)은 올해 상반기 순익이 16% 급감했다. 항공 연료를 포함한 영업비용이 75억엔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4억엔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환율 급등에 따른 내수 침체가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본의 실질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이로써 실질 임금은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실적 악화로 허덕이는 일부 내수 기업이 제품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서민경제 부담은 더 늘 듯하다.


일본 최대 조미료업체 아지노모토는 내년 2월부터 냉동식품 60개 가격을 10%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지노모토의 이토 마사토시 최고경영자(CEO)는 "엔화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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