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브랜드 중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했다는 소식을 전해오는 쪽은 주로 프랜차이즈기업이다. 그만큼 국내 외식업과 서비스업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국내 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국내 외식기업 해외진출에 따른 국내산 식재료 수출 효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국내 외식업 및 프랜차이즈업체는 총 95개로 브랜드 수는 110개, 매장 수는 2717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3년 11월 기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외식기업의 해외진출은 2011년도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국내 외식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초반에는 많은 기업들이 실패의 '쓴 맛'을 보고 돌아왔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유행처럼 번진 해외진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기약 없는 투자로 이어졌고 결국 해외 사업을 접는 기업들이 부지기수였다. 전형적인 패병선전 이후구승(敗兵先戰 而後求勝)의 모습이다. '패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일으킨 다음 승리를 구한다'는 손자병법에 나온 말이다.
이순신 장군도 즐겨 읽었다는 손자병법은 창과 칼을 들고 싸우는 전쟁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유용한 지침을 준다. 특히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통한 승병선승 이후구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승리할 수 있는 전략(아이템)을 마련한 후에 전쟁에 뛰어드는 것이다.
먼저 지피지기를 위해서는 시장과 해외 소비자들의 생활 문화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기업 고유의 경쟁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정체성을 잊지 말되 현지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뉴욕 맨하탄의 중심 타임스퀘어에 카페베네 해외 1호점을 오픈하면서 가장 고심한 것은 '이미 테이크아웃 커피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은 뉴욕에서 어떤 전략으로 다가가는가'였다. 카베베네가 가진 한국식 디저트 메뉴와 카페 문화를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주도면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커피의 경쟁력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한국 전통 간식인 미숫가루를 이용한 미숫가루라떼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야말로 모험에 가까웠다. 매장 안팎에서 적극적인 시음행사를 실시하고 현지인에게 익숙한 형태의 음료를 연구해 캐러멜 시럽을 넣거나 아몬드를 함께 갈아 프라페노로 만들었다. 결국 열흘 만에 5000잔을 판매했다. 정체성을 유지한 차별화와 현지화 전략의 조합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이번 베트남 1호점을 오픈할 때도 이 같은 공식을 따랐다. 카페베네의 베트남 매장에서는 라임주스, 포멜로주스, 세시모젤라또 등 다소 생소한 음료를 판매한다. 베트남 시장 진출을 결정한 순간부터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를 고려한 새로운 상품 개발에 집중해 로컬라이징한 음료를 추가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판매하는 고유의 메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서 판매하고 있는 팥빙수 메뉴에 대한 뜨거운 현지 반응은 맛과 시원함 때문만은 아니다. 현지 소비자들의 한류 문화에 대한 높은 호감도는 한국식 식음료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현지화 과정은 필수적이지만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고유의 색채를 가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는 외식업체들도 현명한 방법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정책적 지원을 받거나 현지에서 좋은 파트너사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리스크를 완화하며 서서히 수익을 내는 추세다. 외식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지만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특히 현지 소비자들의 익숙해진 입맛에 새로운 식음료 문화를 덧입히는 일은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현지 시장과 소비자들의 기호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브랜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한 출발선에 선 것이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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