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한때 위대한 기업의 대명사였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허리에 차고 다녔던 워크맨은 지금 애플의 아이폰처럼 소니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소니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역시 전 세계의 게이머들을 열광시켰다. 철권, 위닝일레븐 같은 실시간 게임에 최적화된 플레이스테이션은 소니 기술력을 과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소니의 디자인은 세계의 유행을 선도했으며, 소니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2014년의 소니는 너무도 초라하다. 지금 일본에서는 소니 회장인 하워드 스트링거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특히 그의 고액 연봉이 비난의 핵심이 되고 있다. 2011년 공개된 스트링거의 연봉은 8억6300만엔이었다. 당시의 한화로 따지면 약 112억원이나 된다. 그런데 그때 소니는 3년 연속으로 거액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회사는 적자고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엔지니어들을 잘라낸 마당에 회장은 거액의 연봉을 챙긴 것이다. 정보기술(IT)기업에 있어 '소니 같다'는 말은 이제 찬사가 아니라 최대의 모욕이 되어버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으로 7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올 1분기보다 15.2%, 작년 같은 분기보다 24.5% 감소한 것이다. 2분기 매출액은 52조원을 기록, 1분기보다 3.1%, 작년 동기보다 9.5% 각각 줄어들었다. 매출액은 2012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타격은 크다. 짝퉁 아이폰으로 불리는 샤오미는 지난 2분기 14%의 점유율을 기록해 중국 시장 1위로 부상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8.3%에서 6% 하락한 12%로 2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시장에서 1위를 회복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와 같은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와 삼성전자의 고전은 이미 1년 전 본 칼럼에서 예고한 바 있었다. 2013년 6월3일자 '중국, 진화 멈춘 스마트폰 시장의 승자 될까'라는 칼럼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기능의 고급화, 아니면 저비용ㆍ저가격 스마트폰의 개발로 분리되고 있다. 여기서 중국업체들이 추구하는 전략은 후자다. 물론 저가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쏘나타를 경차 모닝 수준으로 확 떨어뜨리는 단순 전략은 아니다. 중국업체는 현재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거나 약간 향상시키면서 경쟁업체보다 가격을 대폭 낮추는 코스트 전략을 구사한다"라고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업체의 코스트 전략이라는 수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매달 임원회의를 한다. 최근에는 이 달에 스마트폰을 몇 대 팔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혁신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현재의 실적에 집착할수록 미래의 실적이 떨어지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 제품을 몇 대 팔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실적이 되는데 누가 미래의 제품을 개발하는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소니의 스트링거 회장은 단기 업적을 회복하기 위해 당장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미래 산업을 잘라냈다. 그 중 하나가 로봇이었다. 소니는 '아이보'라는 독창적인 엔터테인먼트 로봇을 개발, 펫처럼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신산업을 개척했다. 그럼에도 스트링거 회장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로봇 부문을 잘라내버린 것이다. 현재 로봇은 의료용, 군사용, 산업용은 물론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소니로서는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일관성 역시 취약하다. 애플은 차별화와 고급화 전략을 기반으로 자동차와 TV 등과 자사의 플랫폼을 연동시키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반면 삼성은 완전한 고가도 경쟁력 있는 중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또한 기존 제품과 스마트워치 같은 혁신적 제품과의 관계도 모호하다.
삼성전자가 수익성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혁신성과 일관된 전략이다. 소니는 근시안적인 단기 수익에 집착하다 더 중요한 기업가치와 혁신성을 잃어버렸다. 삼성전자는 소니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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