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장기화 외교 영향
취임식·사전 만찬행사 기업·단체 물밑작업
"접촉 시도했는데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파가 재계의 대미 민간외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달가량 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 행사에 국내 재계인사가 참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10대 그룹은 물론 재계 단체에서도 아직까지 초청받은 인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탄핵정국이었다. 당시엔 재계 인사 일부가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을 받았지만 이번엔 그마저도 사라졌다는 평가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과 재계 단체들은 미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로 예정된 각종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나 사전 만찬행사 등에 참석하는 방안을 알아봤는데 쉽지 않더라"라며 "현재로선 행사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도 현지 대관라인을 통해 동향 파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같은 탄핵국면이었던 2017년과도 사뭇 다르다. 그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국내 재계인사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초청받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그를 수사하던 특검이 출국금지 조치를 풀어주지 않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그보다 앞선 2016년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주최한 기업 대표 간담회에도 해외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초청됐지만 이때 역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서 가지 못했다. 김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취임식에 가지 않았다.
이 회장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9년 6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 방한 당시 대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을 계기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 20명과 함께 만났다.
다음 달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가 주목되는 인물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부터 엿새간 미국에 다녀오면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그는 22일 귀국하면서 "취임식 얘기는 특별히 연락받은 바 없다"면서도 "정부 사절단이 꾸려지는 대로 저에게 참여 요청이 오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대선 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사실을 공개한 국내 인사는 정 회장이 처음이다.
다른 기업들 역시 구체적인 참석 일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아직 초청장을 받지 않았으나 받더라도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도 다음 달 취임 행사 참석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인연이 깊은 신 회장도 아직까지 공식 초청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은 2019년 5월 국내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면담했다. 롯데케미칼이 3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석유화학 공장을 설립한 데 따른 감사 인사 자리였다. 롯데 측은 이번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과 관련해 "공식적인 초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재계 단체에선 양국 민간 교류기구인 한미재계회의에서 우리측 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참석 가능성이 있는 인사로 꼽힌다. 한경협은 정상외교 기간 진행하는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데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큰 역할을 해왔다. 한경협 측은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 측으로부터 초청장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아직 초청받지 않았다. 재계 한 인사는 "공식 취임 행사의 경우 야외에서 몇 시간씩 하는 만큼 고령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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