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탈환능력 강화 日 시주석과 정상회담 추진...韓中은 다섯번 회담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일본이 이른바 ‘낙도’ 방어력 강화에 나섰다. 낙도란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지만 굳이 방어력을 강화하겠다는 ‘낙도’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자기들이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말한다.
중국과 일본의 중간 지점에 있는 센카쿠제도를 중국이 점령할 경우를 가정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군이 점령했을 경우 이를 탈환하고 2차 3차 공격에 대비한 방어력을 높이겠다는 게 일본의 속내다. 물론, 중국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고속 공기부양정(LCAC)를 도입하고 신형 호위함을 찍어내듯 건조하고 있으며 상륙훈련을 자주 실시하고 있다. 두 나라는 서로를 향해 정면으로 달리는 기관차 같다. 이 때문에 두 나라는 오늘 11월 정상회담을 통해 얽히고 섥힌 난제를 풀 것이라는 보도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낙도 방어력 강화하는 일본=일본 방위성이 2015 년도 예산안의 개산요구(정부 예산 확정 전 예산요구액) 신형 수송기 오스프리(사진위)와 수륙 양용 자동차 구입비 등을 포함시켜, ‘낙도’ 방위 강화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일본의 NHK방송이 18일 보도했다.
이는 방위성이 지난해 의결 한 방위력 정비 지침 ‘방위 계획의 대강’에서 해양 진출을 강화 중국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낙도가 침공을 받을 경우 신속하게 도착하고 탈환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기동전 능력과 경계·감시활동 강화를 내세운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일본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에 걸쳐 미국 보잉사의 ‘오스프리’ V-22 17대와 수륙양용장갑차 52대,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 3대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오스프리는 완전무장 병력 24명이나 화물 9t 정도를 싣고 최대 시속 509㎞로 비행할 수 있다. 순항 속도는 시속 446㎞로 매우 빠르다.
방위성은 이를 위해 2015 년도 예산안의 개산 요구에 미국제 신형 수송기 ‘오스프리’ 5기나 수륙 양용 차량 AAV, 차기 전투기 F-35 5 기 정도의 구입비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낙도’ 방어 강화 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위성은 또 기동전 능력과 경계·감시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미군의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염두에 둔 무인 정찰기 3 기나 국산 신형 해상 초계기 P1 4 기 정도의 구입과 이지스함의 건조비 등도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새로운 장비 도입과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증가 등을 감할 경우 일본의 내년도 방위비는 올해(약 4 조 8800 억엔)을 웃도는 5 조 엔을 넘는 것으로 관측된다.
◆고속 공기부양정으로 상륙 능력 높이는 中= 대만의 차이나 뉴스 그룹의 영자 매체인 '완트 차이나 타임스(WCT)'는 지난 1월 2일 중국 선전 TV 보도를 인용해 중국이 대형 공기부양정을 도입해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나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제도에 더 짧은 시간 안에 군 병력을 배치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화 3억15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통해 4척을 주문했는데 이 중 2척은 우크라이나의 페도르시야 조선소가 건조하고 2척은 중국 국내에서 라이선스 형식으로 건조됐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5월 1척을 인수해 실전배치했다.
주브르급 공기부양정은 최고 시속 111km로 항행할 수 있다. 선전TV는 이 공기부양정이 탱크 3대와 장갑차 10대, 병력 140명을 수송할 수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길이 57m, 너비 25.6m, 흘수 1.6m의 대형이지만 시속 55노트의 쾌속으로 480㎞를 항행할 수 있다. 또 미사일 32발과 사거리 2㎞, 분당 3000발을 발사하는 구경 30mm 6연장 대공포 2문, 구경 132mm다련장 로켓 2문 등을 갖춰 공격력 또한 탁월하다.
이 공기부양정은 고속 항해하는 탓에 레이더에 탐지더라도 일본 해안 순시선의 저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댜오위다오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에서 출발할 경우 주브르급 공기부양정은 단 세 시간이면 댜오위다오에 도착할 수 있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일본이 병력을 배치하기 전에 분쟁도서를 점령할 수도 있다고 한다.
◆中·日 정상회담에 공들이는 日=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군국주의의 상징시설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대신 공물료를 봉납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의 감정을 자극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야스쿠니 신사는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명의 일본 전몰자 위패를 안치한 신사다.
아베의 이런 행보는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아시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국 정상회담을 갖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은 2012년 9월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냉각된 두 나라 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해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대신은 지난 9일 밤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전격 회담을 갖고 11월 정상회담을 위한 협의를 가졌다. 기시다 외무대신은 10일 기자들을 만나 “(왕이 외교부장과)천천히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관계개선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이것을 계기로 꼭 양국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또 자민당 내 거물급 친중파로 통하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를 비밀리에 중국에 보내 정항회담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구계 매체 일본신문망은 지난 1일 후쿠다 전 총리가 아베 총리의 특사로 지난달 27일 전후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등 취임 이후 공식 비공식을 포함해 다섯 번의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일본은 계속 외면했다.
아베 총리의 몸은 달아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의 때 중일 정상회담이 가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현안, 과제가 있기 때문에 더욱 대화를 해야 한다. 중일 관계를 전략적 호혜관계의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요미우리신문 등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달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APEC 회의 때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로 밝혔다.
그러나 정상회담 성사 전망은 불투명하다. 중국은 지금까지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댜오위다오 와 관련한 영유권 분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 이 문제를 당분간 거론하지 않으며 )아베 수상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아베는 이번에 참배하지 않았지만 일본 각료들은 ‘개인자격’이라는 핑계를 대며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영토 문제에서는 아베가 양보할 공산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측은 센카쿠 열도는 자기들이 실효지배하는 고유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분쟁도서를 인정하는 것은 영토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중·일 정상회담 여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마음에 달렸다. APEC 정상회의에서 주최국 역할을 하는 중국의 시 주석이 아베 총리와 회담을 거절하면 국제사회에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중국’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한 냉각 관계의 장기화는 일본의 중국에 대한 투자 격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면, 시 주석은 일본이 최근 발간한 방위백서에서 중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중국위협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으로 표시하고 있는 군부도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은 경제 이익과 지역안정이라는 이익과 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국내 반발과 구심력 상실이라는 비용을 신중히 따질 것으로 점쳐진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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