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 수정은 불가능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랴야마 담화를 부정하고 있는 아베 총리에 다시 한 번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또 일본이 21세기 평화국가에 걸맞은 태도를 밝혀야 하며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5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민당 정권도 민주당 정권도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해왔고, 국제적인 공약이 됐으므로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한 때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에 관해 "국제사회의 불신을 샀다. 옛날의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냐는 의심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종전 70주년을 맞이해 내년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의 취지를 계승하는 동시에 21세기에 어울리는 평화국가로서의 견해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내각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헌법해석 변경을 각의(내각회의) 결정한 것이 역대 정권이 유지해온 헌법 해석을 일개 내각에서 바꾸는 "주제넘은" 일이라며 입헌주의와 국민주권주의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간 일본이 한국전쟁,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에 직접 참전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전쟁과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 덕분이라고 평가하고 안전보장을 위해서는 집단자위권보다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외교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패전 50주년인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관해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를 각의 결정한 것과 관련 "담화를 정리하지 못하면 내각이 총사퇴한다는 뜻을 결심하고 내놓았는데 다행히 각의에서 반대의견이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며 "당시는 자민당에도 비둘기파가 힘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 등 이웃국가와 원만한 정치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상대의 뜻에 어긋나는 것만 하고 있다"며 "역대 정권과 다른 반동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주변에서 불신을 사는 것은 틀림없다"고 꼬집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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