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히로시마 피폭 위령제 인사말 재활용 논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해 히로시마(廣島)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서 한 인사말이 작년 것을 베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포털 시나닷컴에 따르면 피폭 69주년인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위령 행사에서 아베 총리의 인사말은 작년 8월6일 같은 행사에서 낭독한 것과 앞·뒷부분이 거의 같았다.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시 원폭사망자위령식, 평화기원식에 임하며 원자폭탄에 희생된 분들의 영혼에 대해 삼가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바칩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 부분을 포함해 앞부분 세 단락은 "68년 전 아침"을 "69년 전 아침"으로 바꾸고 "사방에서 울어대는 매미가 지금도 침묵을 깨는"이라는 수식어구를 뺀 것 외에는 작년 인사와 완전히 같았다.

올해 행사 때 비가 내린 탓에 매미 울음에 관한 표현만 뺀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과 생존한 피폭자의 평안을 기원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마지막 한 단락은 중간에 "세계"라는 단어가 추가된 것을 빼고 완전히 똑같았다.

올해 행사에서 아베 총리가 인사말을 낭독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4분10초였으며 이 가운데 작년 것을 사실상 재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앞부분 세 단락과 뒷부분 한 단락이 2분가량을 차지한다.

이와 관련 일본에서는 엄숙한 위령비 앞에서 작년과 같은 인사말을 하는 것은 아베 총리가 히로시마나 피폭자와 평화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