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여야가 선거 때 마다 가장 경계하는 것은 바로 '자살골'이다. 선거는 후보의 득점 보다 상대의 실책으로 성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책을 줄이는 게 최고의 선거 전략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선거에서 실책은 단골메뉴다. 때문에 후보들은 선거 때 실책을 가장 잘 보완할 전문가를 찾는다. 주인공은 바로 '대변인'이다.
대변인은 후보의 발언 의미가 언론을 통해 유권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후보의 실언에 대해 전후 사정과 발언 배경을 언론에 설명해 실책을 최소화 한다거나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 작업이 '네거티브'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책무다.
후보 경쟁력이 선거승리의 가장 큰 조건이겠지만 대변인의 역할도 그 못지않게 성패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때문에 후보는 선거 캠프를 꾸릴 때 '대변인' 영입에 가장 큰 공을 들인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도전에 나선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의 박정하 대변인이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쉽지 않은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정 후보는 당내 경선이 끝난 뒤 '대변인' 추가 영입을 계획했다.
박 후보와 달리 치열한 예선전을 치른 정 후보로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노출된 실책 방어는 물론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입장이 전환된 만큼 '검증 작업'이 '네거티브'로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할 '소방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적임자로 박 대변인을 택했다.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그는 높은 친화력은 물론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맡은 역할 탓에 일반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는 언론홍보전문가들 중 언론으로부터 드물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후보 측 한 관계자도 "주변의 평가가 워낙 좋아 영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주변의 권유에도 2012년 19대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곁을 지키며 원활히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해내면서 정치권의 보기 드문 '의리파'로 꼽히기도 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뒤늦게 캠프에 합류했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취재진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장 취재기자도 "궂은일도 도맡아 할 뿐 아니라 가장 친절히 잘 설명해주는 대변인"이라고 말한다. 실제 선거 막바지 각종 방송과 언론 인터뷰는 그가 도맡아 할 만큼 정 후보는 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언론의 취재 활용도도 가장 높다.
이처럼 박 대변인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새누리당 내 당권과 차기 대권주자군에선 벌써부터 그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워낙 평가가 좋아 영입하려는 쪽이 많다"고 전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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