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여야가 6ㆍ4 지방선거를 놓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당내 경선을 비롯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지만 세월호 침몰이라는 국가재난사태로 인해 선거의 '선'자도 꺼낼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가장 큰 고민은 '경선 비용'이다. 여야 모두 국고 도움을 받아 당내 경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오는 30일까지 일정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선을 다음달에 진행할 경우 비용은 당이 부담해야 한다. 경선 일정이 뒤로 밀릴수록 각 당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진다.
게다가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최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생존자의 귀환을 바라며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경선 일정 및 선거운동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혀 경선 비용 부담은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당초 서울시장 경선만 5월에 실시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당장 25일로 예정된 대전시장 후보 경선 일정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다음달에 경선을 무더기로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출마 후보들에게 받은 기탁금을 제외하고도 20억원 이상의 경선 비용이 든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정이 더 안좋다.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당 통합 과정과 기초선거 공천제 유지 결정 등으로 후보 확정일이 많이 지체된 상황이라 당장 경선을 시작해도 일정이 빠듯하다. 당 관계자들에게 경선 관련 질문을 던지면 "우리도 답답하다"는 답변만 나온다.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27일 예정됐던 경기지사 경선을 일주일가량 연기하기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 경선은 일정을 정하지도 못했다. 기초 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 활동과 공천 심사는 모두 비공개로 전환해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분위기에서 경선 일정을 진행할 수도 없다.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이 고스란히 당에 전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지금 경선 관련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심 선거를 미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속내를 드러낼 수 없어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선거를 연기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야 모두 "우리는 검토한 적 없다", "의논한 적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실정이다. 연기론을 꺼내는 것 자체가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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