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박주영(29·왓포드)은 살아 있었다. 그가 돌아왔다.
박주영은 6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축구 대표 팀 평가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어 2-0 승리를 이끌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자격을 얻기 위해 주어진 마지막 기회. 박주영에게 45분이면 충분했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그리스와의 경기가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고 판단은 코칭스태프에 맡기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골로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 왜 박주영인가에 대한 해답 = 박주영이 마지막으로 출전한 대표 팀 경기는 지난해 2월 6일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이었다. 당시 그는 교체 선수로 뛰었다. 13개월만에 대표선수로 출전한 박주영은 4-2-3-1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자신을 향한 관심을 의식한 듯 초반부터 적극적인 경기를 했다.
박주영은 전반 18분 만에 골문을 열었다. 손흥민(22·레버쿠젠)이 미드필드 왼쪽에서 골문 앞으로 넘겨준 공을 세우지 않고 그대로 왼발로 차 넣었다. 순간적인 판단과 위치 선정, 마무리까지 삼박자가 맞았다.
동료와의 호흡도 무난했다. 전반 7분에는 아크정면에서 수비 한 명을 등진 채 문전으로 달려드는 이청용(26·볼턴)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했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상대 수비를 허물고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설 기회를 만들었다. 과감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주영이 중심을 잡으면서 대표 팀의 공격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2선 공격진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브라질월드컵 유럽 최종예선 열 경기 가운데 여덟 경기에서 무실점한 그리스의 강한 수비진이 흔들렸다. 최전방 공격수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축구 대표 팀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박주영은 전반전을 마치고 김신욱(26·울산)과 교체됐다.
홍명보(45) 감독은 "어제 최종 훈련을 통해 박주영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조직력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좀 더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부상이 있어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은 지난 달 8일 소속 팀(왓포드)에서 훈련을 하다 무릎을 다쳐 2월에 열린 잉글랜드 2부 리그 세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 다시 뜨거워진 원톱 경쟁 = 박주영의 복귀는 대표 팀의 최전방 공격수 후보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다. 홍 감독은 이번 평가전에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소집하겠다고 했다.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과 김신욱, 이근호(29·상주) 등 기존 선수들은 박주영의 복귀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 본선이 다가올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대표 팀의 공격진에 활기가 넘친다. 지난달 8일 정규리그 8호 골 이후 한 달 동안 득점하지 못한 손흥민도 반가운 골을 넣었다. 후반 10분 구자철(25·마인츠)의 패스를 받아 쐐기 골로 연결했다.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1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서 코스타리카(1-0 승), 멕시코(0-4 패), 미국(0-2 패)을 상대로 부진한 경기를 한 대표 팀은 모처럼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다만 수비 조직력이 여러 차례 구멍을 보였다. 가장 강한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은 김진수(21·니가타)-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김영권(24·광저우)-이용(28·울산)의 '포백'은 위치 선정과 도움수비 등에서 여러 번 문제를 드러냈다. 실점하지 않고 경기를 마쳤으나 운이 따른 결과였다. 전반에만 세 차례나 골대를 맞는 슈팅을 허용했다.
홍명보 감독은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실점하지 않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중앙 수비수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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